한의협, ‘우한폐렴' 치료지침 마련···醫·韓 갈등 재연되나
'사스·메르스 사태때 양한방 협진 환자 치료결과 좋았고 WHO도 인정' 주장
2020.02.02 19: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소위 중국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한의학의 적극 활용을 촉구하고 나서며 의료계와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월29일 기자회견을 연 한의협은 “우한폐렴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중의(中醫)진료지침을 토대로 국내에서도 한의치료 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과거 사스·메르스 사태 당시 양한방 협진을 받은 확진자의 치료경과가 좋았으며, 이 같은 내용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또 중의약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한 중국 광동성의 타 지역보다 월등히 적은 사망률을 기록했다는 WHO의 통계자료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즉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강석하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은 기자회견 뒤 SNS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의 증상은 심각하지 않고 대부분 회복된다”며 “저절로 회복될 환자들에게 한약을 먹이고 ‘한약 효과로 회복됐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론을 펼쳤다.
 

강 의원은 "한의협이 언급한 WHO의 ‘감염병 사태에서의 양한방 협진 효과’ 내용 또한 ‘권고사항’이 아닌 보고서로 WHO가 이를 적극 권장한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사스 사태 당시 사망률 저하에 대해선 “2012년 중국 연구팀이 발표한 한약 병행치료 메타분석 논문에서 중의약 치료를 병행해도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내용이 이미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협 측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혁용 회장은 “29일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보건의약단체 협의체 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의약을 포함한 진료지침과 한의사의 격리병실 투입을 요청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3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보건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려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우한 교민 건강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의협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한의계 TF’를 구성, 한의진료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醫 "韓, 감염병정책 포함 안돼" 성명

한의협의 확고한 입장과 함께 이는 의료계 반발여론에 일각에서는 ‘메르스 사태’ 당시 의한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이 확산될 당시 한의협은 “메르스환자의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위해 한의진료를 병행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정부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의협은 제안서를 통해 한의대병원 교수들로 이뤄진 한방 의료진을 메르스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배치, 현재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논의해 한약을 투여하는 형태의 양한방 병행치료를 제안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도외시한 위험한 발상이며 의학영역을 침범하려는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당시 성명을 내며 “의학에서는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치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한의학은 질병 원인에 대한 접근방법 및 진단법, 치료법이 의학과 달라 한방을 감염병 정책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으로 보는 맥진과 문진을 통한 진찰 등 한의학적 방법으로 감염병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필건 당시 한의협 회장은 “한방치료 비용도 전액 협회에서 부담할 의사가 있다”며 강경하게 나섰지만 이후 정부는 결국 한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메르스감염병 대응의료팀을 운영했다.
 

한의협은 이후 의료진 등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메르스 예방을 위한 한약 복용 희망자를 모집해 ‘한약 투여’를 진행하기도 했다.
 

‘WHO 자료’와 함께 중국 지침 제시 한의협 "신종 코로나 치료 참여" 촉구

메르스 사태 당시 한의협은 WHO의 사스 보고서 등을 한방치료 도입의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이번에는 WHO 메르스·사스 협진통계에 더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폐렴 진료방안’에 담긴 한의진료 지침도 제시하며 발원지에서 한방치료가 적극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강조했다.
 

또 한의사에 의한 직접진료를 강조하면서도 질병 자체에 대한 치료보다는 예방 및 증상완화 효과를 부각했다.
 

최혁용 회장은 “사스 치료에 투입된 의료진 중 사전에 한약 치료를 받은 의료진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도 보고됐다”며 전염병 사태에서 한약의 예방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한방치료의 강점 중 하나인 면역기능 활성화를 통해 일반인 감염 위험을 낮추고, 또 다량 복용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스테로이드약제 사용을 감소시켜 안정적으로 증상을 완화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우한폐렴과 관련한 한방치료에서 예방과 증상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구성한 14명의 전문가 집단의 일원인 장볼리는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망을 통해 "TCM(전통의학)은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복용량을 낮추고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위독하지 않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통의학 약재를 처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료계 시선은 아직까지 매우 회의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방치료가 증상 완화와 스테로이드 약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부수적인 치료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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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02.03 09:36
    말레이시아에서는 양파를 많이 먹으라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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