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점막·폐·위·장(腸)·콩팥 등 코로나19 감염 취약'
독일·미국 공동 연구진, 인체 부위별 감염 위험지도 제작 공개
2020.09.14 10:5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호흡기 뿐 아니라 여러 장기 조직에도 해(害)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와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인체의 어느 조직이 바이러스에 취약한지를 파악하고, 바이러스의 그 다음 목표 부위를 예측할 수 있는 신체 부위별 감염 위험 지도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9월3일자에 `인간 코로나바이러스 진입 인자들의 단일세포 RNA 발현 지도'(A Single-Cell RNA Expression Map of Human Coronavirus Entry Factors)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금년 5월 사전 출판논문집 ‘바이오알카이브’에 실린 뒤, 동료 학자들의 검토를 거쳐 이번 학술지에 정식 등재됐다.
 
연구진은 부위별 감염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데 직접 작용하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28개 유전자를 선별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을 ‘스카프’(SCARF=SARS-CoV-2 and coronavirus associated receptors and factors)로 명명했다. ‘코로나19 및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수용체와 인자들’이란 뜻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ACE2 수용체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우선 코 점막, 폐, 위, 신장, 심장, 뇌, 생식기 등 다양한 조직의 인체세포 40만개에서 유전자가 어떤 발현 양상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어떤 세포에서 스카프가 발현되고 해당 조직 내 세포 중 몇%가 이 인자를 발현하는지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전투를 벌이는 코 점막이 향후 감염 전개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 점막 세포에는 ACE2 수용체처럼 감염을 촉발하는 인자 뿐 아니라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인자(IFITM3, LY6E)도 있다.

예를 들면 IFITM3은 체내 면역계의 1차 방어선을 구성하는 선천성 면역물질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서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동일한 작용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연구진은 나이에 따라 코 점막 조직 진입 인자의 발현 수준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젊은이(30세 미만)에 비해 기성세대(50세 이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입 인자를 발현하는 비강 세포가 훨씬 더 많았다. 이는 노인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 가운데 하나를 설명해준다.
 
더불어 장(소장·대장)과 신장, 고환, 태반도 감염 취약 부위로 분석됐다. 고환은 특히 ACE2가 가장 많이 발현되는 조직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조직들에서는 ACE2와 단백질 분해 효소인 TMPRSS2가 함께 발현한다. TMPRSS2는 ACE2 수용체에 달라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세포내 진입을 돕는다.

생식기 조직의 경우 여성의 난소 세포는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성의 정자 세포는 매우 취약해 보인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정자 세포가 바이러스에 친화적인 ACE2와 TMPRSS2는 높은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IFITM와 LY6E는 낮은 수준으로 발현하는 것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태반에선 영양막이라고 불리는 세포가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양막은 배반포의 외형을 형성하는 세포다. 연구진은 그러나 자궁에 있는 동안은 태반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임신 3기(임신 7~9개월) 중 감염된 산모와 아기 사이의 전염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연구진은 또 폐, 심장, 중추신경계에서 ACE2 수용체를 대신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입에 협조하는 세포 인자들을 다수 확인했다. 연구진은 그 중 하나로 BSG라는 이름의 수용체를 지목했다.

신경퇴행성질환센터의 비카스 반잘(Vikas Bansal) 박사는 "코로나19는 신경장애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신경세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신경시스템에는 혈뇌장벽(뇌와 혈류 사이를 차단하는 조직)을 제어하는 성상세포, 내피세포 같은 세포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 이 세포들도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번 분석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이렇게 감염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선 추가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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