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전문의, 인공수정에 자신 정자 사용사례 증가
美 주 당국, '임신사기'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 속속 마련
2019.08.22 12:37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인공수정을 원하는 여성에 제공된 정자가 기증자가 아니라 담당 의사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기증 정자를 요청한 여성에게 정자은행으로부터 정자를 받았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자신의 것을 제공한 사례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해당 자녀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이브 와일리(32)라는 여성은 16세 때 자신이 기증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사실을 알았으나 지난 2017~2018년 다른 수천만 미국인들처럼 유전자(DNA) 검사를 받았다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의 생물학적 부친은 당시 모친의 불임을 치료한 담당 의사의 말처럼 캘리포니아 소재 정자은행으로부터 제공된 것이 아니라 킴 맥모리스라는 담당 의사 자신이었다.

 

그녀는 삶의 기반이 돼온 자신의 유전적 정체성이 바뀐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DNA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이처럼 수십 년 전 담당 의사가 거짓으로 제공한 정자를 통해 출생한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내 3개 주(州)는 이러한 관행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텍사스주는 이를 성폭력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인공수정
인공수정 (위키피디아)
 

미국 내외에서 드러난 20여건의 사례를 추적 중인 인디애나대(大) 조디 마데이라 법학교수는 코네티컷과 아이다호, 유타, 네바다 등 미국 내 뿐 아니라 영국과 남아공, 독일 및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클리닉을 운영했던 불임 전문의 얀 카르바트의 경우 자신의 병원을 방문한 여성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해 56명을 출산케 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 2009년 그의 클리닉을 폐쇄하고 그는 지난 2017년 89세로 사망했다.
 

정자 등록 시스템이 없었던 30년 전에는 의사도 익명의 정자 기증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점도 담당 의사의 속임수 정자 제공이 가능했던 허점으로 지적돠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관리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 CPSO)가 지난 수십년간 인공수정 과정에 자신의 것을 포함한 거짓 정자를 사용해온 오타와의 불임 전문가 노먼 바윈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조사 결과 바윈은 최소한 11명의 여성에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으며 이밖에 환자의 요구와는 다른 거짓 정자를 사용해 수십명을 출산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CPSO는 바윈의 행위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비난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그의 환자와 그 가족들에 영구적으로 후유증을 안겨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디애나주 불임 전문의인 도널드 클라인의 경우 지난 1970-80년대에 최소한 30여 명의 여성에게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으며 DNA 검사 결과 지금은 61명이 그를 생물학적 부친으로 간주하고 있다.
 

클라인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의사면허를 반납하고 2009년 은퇴했다. 당시 인디애나에는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법규가 없어 관대한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인디애나주는 지난 5월 거짓 정자를 사용하는 행위를 중죄로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피해자가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다른 주들도 이러한 '사기 임신'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이 '의사 부친'을 상대로 법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유사한 법안을 마련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6월 인디애나나 캘리포니아보다 한 발 더 나간 강력한 사기 임신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의료종사자가 공인되지 않은 기증자로부터 제공된 정자나 난자 등을 사용할 경우 성폭력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련자는 성범죄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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