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약가인하 개선 필요, R-Zone 도입 검토해야'
복지부 '제약업계 의견 수렴 및 심평원 통한 제도 평가 연구 진행 계획'
2021.09.30 06: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신용수 기자] 약가 사후관리제도 중 하나인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을 위해 일본과 대만처럼 합리적인 조정 범위(R-Zone) 도입 방안이 거론됐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민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제언이 나왔다.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는 저가구매장려금 제도(저가약을 구매하는 요양기관에 인센티브 제공)를 통해 실거래가를 조사한 후 약가를 낮추는 제도로, 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위해 지난 2014년 도입, 2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 시점부터 지금까지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도의 형평성 및 실효성 부족, 신약개발 의지 저하 등이 주요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재현 성균관대 교수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조사한 결과 2018년 상반기에만 1276억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사용자(요양기관)에게 저가 구매를 장려하는 것은 곧 공급자에게 저가 공급을 강요하는 것인데 이를 약가인하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래가 조사는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거래가 약가인하 품목은 대형병원이 구매하는 원내 의약품에 집중되고, 저가구매장려금의 90% 이상을 구매력이 큰 요양기관이 차지해 장려금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3번 적용됐는데, 약가인하로 인해 절약한 보험 약제비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교수는 "3번의 약가인하 결과 인하율 2% 미만인 품목이 60% 이상을 차지했다"며 "그동안 평균 4061품목에 대해 평균 1.5%의 약가를 인하해 평균 1081억원의 보험재정 절감이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병태 HK이노엔 팀장은 "만약에 4061품목의 청구액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1% 약가인하로 얻는 보험재정 절감 효과가 360억원인데, 이 제도 시행으로 제약 및 유통, 약국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은 5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첨언했다. 

이 팀장은 이어 "약가 인하는 제약사의 매출 순익과 직결된다"며 "정부가 혁신 신약 개발을 장려해 국부 창출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고 하지만, 현재의 실거래가 인하제도는 R&D 투자의욕을 꺾고, 투자 여력을 줄여 결국 신약 개발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R-Zone 국내 적용 시 약가인하 품목 80%, 유예 해당 "

이에 따라 실거래가 약가제도에 대한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대안으로 R-zone 도입, 신약의 경우 약가인하 유예 방안 마련, R&D 투자 시 감면율 확대 등이 제시됐다.

이재현 교수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보완하는 경우 합리적 조정범위인 'R-Zone'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R-zone 범위 내에서는 약가를 인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일본은 5%, 대만은 신약 15% 및 제네릭 6%, 호주 10%로 R-Zone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와 실정이 비슷한 일본의 R-Zone을 한국에 적용해보면 그동안 인하됐던 품목의 80.5~89.2%가 약가인하 유예품목에 해당된다.

신약에 한해 제네릭 출시까지 일정기간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일본의 경우 첫 번째 제네릭이 출시되기 전이나 신약이 등재된 후 15년이 지날 때까지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일정 비율 유예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호주는 첫 번째 제네릭이 출시되기 전까지 신약 실거래가를 조사하지 않는다"며 특히 희귀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또는 소아 및 노인용 의약품을 인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R&D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약가인하 유예 및 감면율 확대도 요청됐다. 

이병태 팀장은 "R&D 투자에 따른 실거래가 약가인하 감면율 확대를 제안한다"며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 장려가 현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만큼 R&D 투자를 하고 결과를 낸 제약사에는 현재 50% 수준인 약가인하 감면율을 높여주거나 면제해주는 혜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약, 유통, 약업계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거래가 약가제도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보다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약속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양윤석 과장은 " 이 제도가 당초 약제비 절감을 위해 시행됐고, 제도 효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 등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김애련 실장은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는데 나라마다 제도가 달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제도 효과나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를 진행한다면 저가구매장려금 제도 도입 전후 국공립병원에서의 약제비 변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관련 정성적, 정량적 분석을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보혜, 신용수 기자 (boh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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