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업체-제약사 '거래대금 카드결제' 충돌
'약국, 병원도 시행' vs '필요성 인정돼도 수수료 부담'
2018.04.18 06:39 댓글쓰기

의약품유통협회가 카드결제 수금을 놓고 제약사와 한판 힘겨루기에 나섰다. 이는 조선혜 의약품유통협회장이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로 제약사에게도 민감한 문제인 만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각 제약사 대표들에게 '의약품 대금 수급 시 카드결제 시행 협조 요청' 제하의 공문을 발송, 답변을 요청했다.

공문에 따르면 카드 사용 시 1% 이하의 마일리지 지급을 허용하는 약사법 시행으로 인해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은 이미 약국과 병원에서 카드 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매유통업체는 대금결제기간에 따른 비용할인 1.8%와 카드결제 수수료 2~2.5%를 포함해 3.8~4.3%를 고정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들의 경우 의약품 공급업체로서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여신관리 강화를 위해 관행적으로 현금 결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보니 현금이 없어 의약품 구입이 어려운 도매유통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린다. 경영이 어려운 업체들이 늘자 협회는 의약품 거래 시 제약사에게 현금이 아닌 카드결제 수금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협회는 여신전문금융법 제 19조 제1항에서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상기시켰다.

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전체 도매유통업체들의 수익률이 1%대에 머무르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만약 제약사들이 의약품 대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준다면 업체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들도 도매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도매유통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했는데, 여기에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한다고 하니 불안감이 크다"며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되더라도 중간 거래상이기에 영업이익이 몇 푼 안되는데 외부 환경마저 팍팍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실제 2~3년 사이 문을 닫는 도매유통업체들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제약사에 상생 경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유통협회의 강경 대응과 관련해서 이해는 하지만 쉽게 받아들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크고, 기업 간에 합의한 계약내용에 대해 의약품유통협회가 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A제약사 관계자는 "2~3주 전에 관련 공문을 받았는데, 아직 회사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카드 결제를 하게 될 경우 매출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수수료가 2%만 되도 2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매상과 상생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협력해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큰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영업환경이 어려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B제약사 관계자는 "개별 회사간에 체결한 거래인데 의약품유통협회가 나서서 결제방식에 대한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들도 약국이나 병원으로부터 대금을 받아 도매상들에게 지불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지연이 생기면 도매유통업체들의 회수기일이 90일까지 늘어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카드 결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즉각적인 도입은 어렵고 시간을 두고 함께 협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변화를 택한 제약사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의약품유통협회가 보낸 공문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필요한 만큼 도입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협회가 보낸 공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며 "유통마진이나 이익이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도매업체와 같이 상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며 "어떤 카드사를 이용할지, 카드 결제 도입 시 관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마무리되면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별도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사측 간 계약문제이기에 협회가 그 내용에 관여하거나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며 "업체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서 조율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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