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소유권 '환자 vs 병·의원'
질병 정복 실현시킬 중요 수단 기대감…산업적 가치도 '급상승'
2023.04.04 11:35 댓글쓰기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등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환자정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효용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적 활용을 위한 법령 마련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 주체가 환자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를 가공, 저장 중인 의료기관은 배제돼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병원들은 ‘데이터 주체’로서의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의료데이터를 직접 생성 및 보유하고, 이를 임상연구 등에 활용하는 주체인 만큼 관련 법상에 의료데이터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명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데이터 홍수시대가 도래하면서 곳곳에 흩뿌려져 있던 정보들을 결합한 ‘빅데이터’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사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기 보다 그동안 수집하지 못했거나 정형화 되지 않았던 기록을 재생성한 개념에 가깝다.


그 가치는 과거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면서 인류의 삶을 빠른 속도로 바꿔 나가고 있다. 최근 급부상 중인 ‘Chat GPT’를 비롯해 자율주행 자동차, 개인 맞춤형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빅데이터 가치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영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질병 정복’이라는 인류의 숙원을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가득이다.


물론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진료에 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진료기록, 혈액검사, 영상검사, 처방전 등이 모두 의료 데이터다.


하지만 각각 흩어져 있던 이 데이터들이 총합을 이루면서 그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최상의 효과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질병에 걸릴 위험도를 분석해 각종 조치를 취함으로써 발병률을 현저히 줄이고, ‘질병 정복’을 실현시킬 치료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는 그야로 무궁무진하다.


특히 의료 빅데이터는 상업적 이해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의약품과 진단기기 개발, 건강관리 디바이스, 보험상품 개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경이다. 


실제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이 입맛 다시기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결국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한 정부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각각 추진 중이다.


여기에 스마트병원(복지부), 닥터앤서(과기부), 모바일 건강지킴이(복지부)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정부 프로젝트가 즐비하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먹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공익적 측면에서 개인이 건강을 관리하고 의료를 선택하는 방식을 탈피, 국가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킬 혁신의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분법적 소유권 지양, 의료기관 기여도 인정 필요”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레 관심은 소유권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기본적으로 환자에 관한 것인 만큼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다는 주장과 그 데이터를 생성, 가공, 보관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에게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애초에 환자가 없었다면 데이터도 존재할 수 없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고가 없었다면 정보 가치도 가질 수 없다는 게 각각의 논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와 ‘병원’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의료 빅데이터 소유권 논란의 해결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료정보 주체인 환자 개인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부여할 경우 빅데이터로서의 가치를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환자 개개인 마다 소유권 행사 여부가 갈릴 경우 빅데이터의 가장 큰 매력인 정보의 총합이 불가하고, 이는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나아가 ‘데이터 경제’ 측면에서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연구자나 기업에 직접 판매할 기회를 부여받게 되더라도 결코 녹록잖은 현실과 마주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다.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본인 데이터가 활용될지 환자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와 권력이 압도적으로 기업에 집중돼 있는 만큼 데이터가 부당하게 활용돼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에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보 생성 주체인 병원은 온전한 소유권 보다는 의료정보 주체로서의 인정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은 의료데이터를 직접 생성 및 보유하고, 이를 임상연구 등에 활용하는 주체인 만큼 관련 법상에 의료데이터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논리다.


도화선은 지난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법’이었다. 해당 법안에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가공 방식 등이 담겼다.


연구나 산업 분야에서 ‘의료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안의 취지였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의료기관은 데이터 보유기관으로서 의무와 책임만을 규정해 놓고, 정작 데이터 보유기관과 활용기관에 대한 정의 및 권리, 권한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데이터 추출 생산, 보관, 해석, 관리 등을 위해 많은 비용과 인력, 시설, 장비에 투자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의료 데이터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데이터는 의료진 진단 등 전문적 해석과 안전한 관리 등이 종합될 때 그 가치가 발현된다”며 “병원이 의료데이터에 투입하는 비용, 노력,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첨예한 의료데이터 소유권 논란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데이터 생성 기여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의료데이터 기본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지만 “정제되고 의료적으로 의미 있게 가공한 의료기관의 역할이나 기여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소유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의료데이터를 가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기여도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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