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이 본 병원서 국산 의료기기 '외면' 이유
취임 1주년 유철욱 '업체 80%, 영업 안하고 비전문적 대리점 직원이 담당'
2022.03.05 05: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10곳 중 8곳은 직접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대리점에 맡기고 있는데, 비전문적인 대리점 직원이 영업을 하니 좋은 기기를 개발해도 병원이 사용하질 않는 겁니다."

올해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제9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이 지난 1년 간의 소회를 밝히며 꺼낸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현실이다.

유철욱 회장이 4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주요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국산 의료기기 외면 원인은 '부진한 판촉 행위'

유철욱 회장은 오는 2024년, 남은 임기 동안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 ▲의료기기 관리료 산정 ▲혁신의료기기 급여화 추진 등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1년여 간 국산 의료기기 산업 현실을 더욱 체감하게 됐다"며 이를 위한 원인 분석과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세계 10번째로 꼽히지만 국내 내수 자급률은 40% 수준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사용률은 11.3%에 그친다.

유 회장은 저조한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은 제조 업체들의 미약한 판촉 행위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80%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리점에 맡기고 있는데, 비전문적인 대리점 직원이 영업을 하다 보니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병원이 선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인력이 판촉 행위를 하니 국산 의료기기가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병원에서도 제대로된 제품 설명과 노하우를 전달받지 못해 고충이 크다는 게 유 회장 설명이다.

간납사 견제 위한 '의료기기 유통전문 대리점' 제도화

유 회장은 이를 위해 대리점을 대상으로 의료기기에 전반에 걸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기기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구조는 국산 의료기기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대리점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의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유통전문 대리점'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유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간납사 횡포를 막고 복잡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초대형 유통전문 업체 설립 지원 방안을 검토해왔다.
 
실제 몇 곳의 대형 도매업체가 의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것처럼 의료기기도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로써 협회 차원에서 공급 물량을 유통업체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단체협약 등을 맺어 적정 마진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기기의 경우 의약품과 달리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제약업계 판매대행사와 유사한 형태로 리베이트 사례가 일어날 수 있어 유 회장도 이를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 회장은 유통구조 개선에 강한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간납사 문제에 대해 "특수관계인 거래, 대금결제기한 미준수, 공급내역 보고 의무 전가 등 간납사 불공정행위가 빈번해 이를 금지하고 관리하는 법 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구조위원회를 통해 건의서를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개선의견을 피력하고,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근거지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기 유통질서를 확립해가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관리료 산정 및 혁신의료기기 산업 지원
 
유 회장은 의료기기 관리료 산정도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같이 보험급여 품목인데도 관리료가 전혀 없다. 병원에서는 관리료가 없기에 취급할 수록 손해를 보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 급여품목 실거래가 5%를 관리료로 산정해 병원에 급여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급여품목 실거래가 규모는 4조원이다. 여기서 5%인 2000억원을 산정하겠단 계획이다.
 
그는 또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혁신의료기기 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에도 주력하겠단 계획을 전했다.
 
유 회장은 "혁신의료기기는 우리 미래로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대부분 기존 기술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낮은 수가가 책정되고 있다"며 "불합리한 수가제도 개선 등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AI, 3D, 빅데이터 기술 발전 속도에 부응해 국회와 정부를 비롯해 의료기관과 협력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원격의료 산업 발전에 대해서도 "일부 환자용 원격 모니터링 기술은 편의와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생존과 직결되기에 합리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끝으로 유 회장은 "지난해 취임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시급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업계 목소리에 귀기울여 고충을 해결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협회 직원들이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회원사를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직원들의 개인개발 업무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회장은 2021년 주요 사업 성과로 ▲의료기기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 마련 ▲위해도 기반 과학적 허가 및 심사 체계 구축 ▲환자 중심 기반 의료기기 사후관리 방안 마련 ▲효과적인 의료기기 공급내여 보고제도 개선 ▲K-Beauty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기틀 마련 등을 꼽았다.

또 ▲체외진단의료기기 선(先) 시장 진입 기회 확대 ▲비급여 치료재료 급여화 시 실질적 공급 가능한 시장 창출 ▲혁신가치 인정을 통한 보상방안 마련 및 신속 시장진입 지원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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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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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KK 03.07 10:34
    협회가 국내 의료기기업체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병원에서 국산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업체에서 직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협회내 위원회가 대부분 수입업체로 구성되어 있기에, 수입업체의 관변 단체라는 오명을 계속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여러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협회 내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선에 대한 타파가 필요할 것이다.
  • KKK 03.07 10:34
    협회가 국내 의료기기업체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병원에서 국산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업체에서 직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협회내 위원회가 대부분 수입업체로 구성되어 있기에, 수입업체의 관변 단체라는 오명을 계속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여러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협회 내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선에 대한 타파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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