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α→적정수가’ 문케어와 병행여부 촉각
공단, 민간병원 포함 대규모 원가분석 진행…직영병원 확충도 추진
2019.04.11 12:17 댓글쓰기

전면 급여화 절차를 거치면서 동시에 떠오른 핵심주제 중 하나는 바로 원가다. 그간 정부의 ‘관행수가 후려치기’로 인해 의료계는 급여권 진입을 곧 마이너스 경쟁으로 해석하게 됐고 신뢰감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를 관통하는 적정수가가 ‘원가+α’의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해진 원가분석의 현재 진행 상황을 들여다 봤다.

현행 수가체계 업그레이드 

신포괄수가제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행위별 상대가치점수와 유형별 환산지수의 곱으로 책정되는 수가체계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행위별 수가체계를 근간으로 두되 다양한 방식이 차용되는 형태 이므로 기본적인 틀은 바뀌기 어려운 상태임이 전제로 깔린다.

문제는 현행 진료수가 결정체계는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의 수익과 비용을 조합하는 단순 경영수지 산출방식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전면 급여화로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각 항목별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근거를 만들기 어렵고 이를 수가에 적용하는 방법 역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꺼내든 방법이 원가다. 표준원가 분석체계 구축을 통한 진료수가의 절대가치 파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놓인 것이다.

과거 수가협상 과정에서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등 공급자단체와의 논리싸움에 머물렀던 원가가 이제는 적정수가를 위한 주요 지표로 설정된 셈이다.

전면 급여화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영된다는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와 동일선 상에 위치한다. 정부가 말하는 ‘원가+α =적정수가’ 공식이 성립되려면 원가를 구해야 한다.

앞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적정수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설명한 바 있다. 원가 기반으로 한 이른바 ‘균등 마진론’이다.

김용익 이사장은 “원가보다 너무 높은 수가나 반대로 낮은 수가를 적절하게 분배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수가를 행위별로 그 마진율을 적당한 기준을 통해 균등하게 설정해 갈등을 줄이는 등 의료서비스 제공자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이 논리를 현 수가체계에 온전히 적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원가가 핵심지표로 산출된다면 전면 급여화시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원가분석 시스템은 활동기준 원가계산(Activity Based Costing)에 의해 수가별 계산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발생주체별 원가를 각 주체의 활동에 따라 집계한 후 활동을 유발하는 요인을 배부기준으로 하여 원가를 배부하는 것이다.

원가발생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 환자수 등 수개의 기준 으로 모든 원가를 일괄적으로 배부하는 전통적 원가계산 방식에 비해 원가계산의 적정성 면에서 우월한 방법으로 알려 졌다.

건보공단의 최종 원가계산 대상은 행위수가 단위이며 행위수가 단위 원가계산결과를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환자별, DRG별, 행위유형별 원가를 산출하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민간병원 ‘원가’

말은 그럴 듯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지금까지 건보공단 일산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병원 위주의 원가분석은 가능하지만 민간병원까지 수치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료제출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패를 다 보여주는 민간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원가분석 사업연도 2017년 기준 민간병원은 3곳이 참여했는데, 2018년에는 39곳(자율 참여 기관 25곳 포함)으로 늘어났다.

현재 건보공단은 공공병원 45곳과 민간병원 39곳의 원가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병원들은 패널기관으로 분류된다. 원가수집 및 분석을 위해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패널기관 수집자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정확한 원가산출 불가능 하다. 원가산출 기반이 만들어지기 힘든 이유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자료의 적합성, 법적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병원에 불리한 정보들이 숨겨질 수 있으며, 원가분석을 위한 상세정보가 누락될 수 있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패널병원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정확한 원가를 구할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정확한 적정수가 산출을 지원할 수 있는 보험자 직영병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국내 보험자 직영병원은 건보공단 일산병원이 유일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자병원 확충을 통해 보다 세밀한 원가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단일 보험자병원 운영만으로는 대표성과 신뢰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 간·진료과별 원가보존율 차이가 크므로 직영병원이 더 있어야 완성도 높은 원가분석 결과 산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직영병원 자료는 급여, 비급여를 망라한 모든 진료행위 정보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어 패널병원 자료의 정확성을 보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종별과 지역 등을 포괄하는 임상자료 기반의 원가 및 경영자료 수집으로 다양성 및 대표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건보공단은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 근거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8년 12월부터 금년 6월까지 일정으로 임준 서울시립대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아 관련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벌어지는 원가-적정수가 간극 좁혀질까

원가를 기반으로 한 수가체계 업그레이드가 준비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현실과의 괴리감은 크다.
적정수가를 두고 갈등은 극에 달한 모양새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중단하고 투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년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 이어 2~3월 구의사회 및 시도의사회에 참여한 최대집 의협회장은 “수가 정상화는 현 집행부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온 몸을 던져 찾아내겠다”라고 주장하며 적정수가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최 회장은 “사실 적정수가라는 게 의료계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도 없는 상태다. 원가 계산 후 원가의 120~130%, OECD 평균수가 등 적정수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초 적정수가 확립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진찰료 30% 인상이라는 카드를 던졌지만 복지부가 이를 거부한 상황으로 첨예한 갈등이 예고됐다.

의료계가 판단하는 적정수가와 정부의 적정수가 산정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있는 원가는 아직 모호한 개념으로 존재해 갈 길이 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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