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판막 '국산화' 서울대병원 교수들 '열정'
해외업체 러브콜 뿌리치고 갖은 어려움 극복···세계무대 진출 길 열어
2018.11.08 05:5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어쩌면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만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전체 건강보험재정 파이 내에서 결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정부 지원과 본인부담 비율이 2:8 수준이겠지만 이번 기회에 상향 조정되길 바란다."
 

인공심장판막 ‘국산화’를 위해 해외업체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국내 업체와 손을 잡은 의료진이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의 상용화를 앞두고 세계 무대 진출에도 성큼 다가섰다.


김기범 교수[사진]는 7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 개발에 매진한 결과, 최근 식약처 시판 허가를 받았다"며 "희소의료기기 공급 불충분으로 애를 먹었던 의료진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수입 제품을 이제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판막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사실 현재 외국에서 개발돼 쓰이고 있는 제품은 개당 3000~4000만원에 이른다. 가격뿐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10년마다 판막을 교체해야 하는데 최초 수술은 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했다.


지난 2004년부터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개발에 뛰어 들었던 연구팀은 태웅메디칼과 2년 간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종이식 어려움 면역거부반응, 사실상 제로 면역억제제 불필요"


시행착오 끝에 동물실험 시행 후 2016년부터 시작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10명에게 이식하고 6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특히 이종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면역억제제가 필요없게 됐다.


김 교수는 "현재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상용화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달 유럽 6개국, 11개 소아심장센터와 만나 협의하기로 했고 내년 초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폐동맥 판막 스텐트는 돼지의 심낭 조직을 여러 단계에 걸쳐 특수 면역 및 화학 고정처리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 한 후 인체 심장 판막과 똑같은 3가닥 판막 조직으로 가공됐다.


판막을 감싼 니티놀 스텐트는 자가확장형으로 큰 직경까지 제조가 가능해 폐동맥이 큰 환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대동맥 판막은 이미 세계 유수 회사들이 제품을 상용화해서 시장 선점 효과가 없어 진행을 중단한 상태지만 현재 태웅메디칼에서는 수술로 판막을 삽입하는 대동맥 판막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
다.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주요 센터, 서울대병원 개발 제품 관심 높아"


대동맥 인공판막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스텐트-인공심장판막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가운데 스텐트 이식 폐동맥 인공판막은 그간 한국과 미국,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해 왔었다.


다행히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센터에서는 이번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판막을 빠른 시일 내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유럽CE인증을 받으면 일본과 홍콩은 바로 상용화 가능하다. 대만은 국내 허가만으로도 수입이 가능해 가격 조정만 되면 바로 진출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에서도 수입을 바라고 있는데 아직까지 상용화된 판막이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국내 희귀·난치질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일선 의료진을 불안케 했던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국회 차원에서도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희소의료기기와 필수의료기기 관련 환자 접근권 보장을 위한 입법적·행정적 절차 마련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김 교수는 "제품이 개발되는 속도가 국내에 수입 허가되는 속도보다 빠를 경우, 국내 환자들의 첨단의료기기 접근성이 제한돼 첨단의료기술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앞으로 정부도 의료기기 접근성 제고를 위해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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