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병원 국산의료기 '푸대접'
2001.08.03 01:20 댓글쓰기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대형병원의 푸대접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제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산 의료장비가 미국 FDA, 유럽 CE 등 해외유명 인증기관의 검증을 잇따라 통과한데 이어 매년 50% 이상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병원에서는 여전히 국산 장비 도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도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의료장비가 바로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다.

현재 국내에서 이 장비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는 메디너스, 아이솔테크놀로지, AIL, 카이 등 3∼4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 업체중 일부는 해외유명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마크를 획득,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지금까지 MRI를 도입한 국공립병원 가운데 국산 장비를 설치한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광역시 산하 지방공사인 부산의료원은 최근 신축한 병원에 GE의 1.5테슬라급 MRI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MRI를 도입한 부산·대구 보훈병원은 필립스사의 1.5테슬라급 MRI를 도입했으며 국방부 산하 수도통합병원과 대전병원에서는 지난 99년과 2001년에 각각 시멘스(Siemens)사의 1.5 테슬라급 MRI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지난 94년 MRI를 도입한 국립의료원이나 나머지 국공립병원에서도 대부분 외국산 MRI를 도입한 상태다.

특히 현재 MRI를 신규 도입하거나 교체하려는 일부 국공립병원에서도 국내 제품보다는 GE·필립스·시멘스 등 외국업체를 통해 구입하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공립병원이 외국산 MRI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내 제품에 비해 품질의 우수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도 이미 80년대 중반 자체적인 MRI 기술이 선보인데 이어 몇해전부터 해외수출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상당수 제품이 국산화가 이뤄졌지만 국내 판매에는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며 "특히 국공립병원의 경우 국산 제품에 대한 홀대가 더욱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병원은 대부분 조달청을 통해 의료기기들을 구매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제품을 결정하는 것은 병원내 의료진"이라며 "일부 의료진은 국가예산으로 구매하는 것이니까 그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좋은 것(외산 제품)을 사겠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기기 업체의 관계자는 "국공립병원 의료진 가운데는 아직 한번도 국산제품을 사용해보지 않고서 '국산 제품은 무조건 안돼'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부 있다"며 "먼저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난 97년 중고의료기기의 수입금지가 풀리면서 98년부터 매년마다 중고 미국등 외국 중고MRI 기기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병원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값싼 중고기기를 선호하면서 제대로 품질검증도 안된 중고 MRI를 도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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