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판촉물 '전면 금지'…영업·마케팅 대전환
2026년부터 펜·노트만 허용…제품설명회 포함 영업 방식 전환 불가피
2026.01.05 05:23 댓글쓰기



국내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판촉물 제공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공정경쟁규약 개정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제약사 판촉물 제공이 전면 금지되며, 올해부터는 이에 대비한 사전 정리와 내부 통제가 본격화된다.


"펜과 노트만 가능"…제품설명회 외 판촉 전면 차단


이번 개정의 핵심은 제품설명회와 판촉을 명확히 분리했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는 제품설명회 시 기념품·판촉물 제공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펜과 노트패드만 제공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제품설명회'라는 형식 안에서만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펜과 노트패드 역시 회사명 기재만 가능하고, 제품명 표기는 금지된다.


이외 모든 물품(디지털·가전, 뷰티·생활용품, 식품, 모바일 쿠폰, 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은 전면 금지 대상이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배포하지 못한 판촉물은 2026년 이후 잔여 재고가 있더라도 사용·배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약사뿐 아니라 CSO 역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형제약사부터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 강화…판촉 대신 인센티브 구조 재편 움직임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강도 높은 내부 통제에 돌입했다.


데일리메디 취재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CP 교육을 통해 판촉물 전면 금지를 공식화했다.


한미약품 내부 가이드에는 디지털·가전, 뷰티, 생활건강, 식품, 패션잡화, 모바일 쿠폰, 인쇄물, 제품설명회 외 음료 제공 등이 모두 금지 품목으로 명시돼 있다. 허용 범위는 한미약품 로고가 각인된 노트나 펜으로 제한된다.


타사 판촉 위반 사례가 확인될 경우 사진 촬영 후 보고하라는 지침까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역시 판촉물 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촉물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현금성 보상이나 인센티브 확대가 대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메이저 제약사들은 판촉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일비, 법인카드 사용 범위, 매출 대비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리지널 품목 영업 담당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회사별 대응은 제각각이며, "판촉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셈"이라는 시각과 "실적 압박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설명회 더 하라" 압박 커질까 현장 불안감


현장에서는 제품설명회 횟수 확대 압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회사에서는 판촉물 대신 식사 제공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며 설명회 실적 관리에 들어간 사례가 있었고, 향후에는 설명회 횟수 할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판촉물도 못 주는데 설명회만 더 하라고 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판촉비를 식사로 바꿨는데 실적을 이것밖에 못 내냐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판촉물 금지는 로컬 병원 영업 환경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그동안 원내에서 실사용 가능한 소소한 판촉물은 영업 담당자들이 관계를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판촉물 금지 방침이 알려지며 일부 개원의들 사이에서도 불만과 혼선이 감지됐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내에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일반의약품은 제외…해석은 제각각


다만 이번 규약 개정은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적용되며, 의료기기와 일반의약품 판매는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판촉물 허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제약사별로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제약사들은 컴플라이언스(CP) 회의를 통해 해당 기준을 두고 정기적으로 논의를 이어왔지만 합의된 가이드를 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특히 의료기기 사업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판촉 가능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판촉 활동을 추진하되,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 방침에 따라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부 제약사와 CSO는 이미 판촉물 소진 기한을 정해 작년 말 재고를 모두 정리했으며, 판촉샵 운영을 종료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촉물 전면 금지는 단순히 물건 하나 못 주는 문제가 아니라, 제약 영업의 방식 자체를 바꾸라는 신호"라며 "앞으로는 판촉이 아닌 제품 근거와 데이터, 설명의 질로 승부해야 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이드 해석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회사별 기준 차이로 인한 혼선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현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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