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소명감·헌신적 심장 교수들의 '좌절'
지역 대학병원 심장내과 3인 애절한 '사직 변(辯)'…"필수의료 현장은 절망감"
2024.03.31 07:47 댓글쓰기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의 '줄사직'은 결국 현실화됐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이번 정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지역에서 묵묵히 필수의료에 수십년 동안 헌신한 이들의 상실감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큰 분위기다. 특히 최근 공개적으로 사직 입장을 밝힌 대학병원 교수 중 다수는 필수의료 중에서도 핵심 질환을 맡고 있는 심장내과 전공 교수들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고군분투하며 환자들을 지켜온 심장내과 교수 3인이 연쇄적으로 밝힌 '사직의 변(辯)'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이들이 토로한 글에서 진료현장 고충과 정부가 제시한 정책에 대한 좌절감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배장환 비대위원장 "낮이든 밤이든 뼈 갈아가며 환자 시술했지만…"

이재환 교수 "年 100여일 당직, 응급실 연락오면 부리나케 뛰어가는게 일상"


'사직의 변(辯)'을 공개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열정적으로 환자를 돌봤던 지난 날부터 떠올렸다.


충북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병만은 지역 주역민들이 우리병원에서 양질의 모든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다"며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추석 연휴든 '뼈를 갈아 넣어' 최대한 빨리 시술코자 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통해 충북대병원은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 도착 후 스텐트 시술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door to balloon time)이 새벽 2시에도 52분밖에 안 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재환 세종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끊임없이 저를 갈고 닦았다"며 "학회에서 교육 및 연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매년 100일가량 당직을 서면서 급한 환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부리나케 뛰어갔다"고 전했다.


실제 심장내과 교수 중에는 응급‧중증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병원 부근에 거주지를 두는 경우도 자주 확인된다. 소위 '골든타임' 내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 삶을 뒤로하는 생활을 몸소 실천해왔던 것이다.


배대환 교수 "심장 안뛰던 환자, 회복 후 내원한 모습 보면 힘든 생활 잊혀지는 기쁨 만끽"


반면 이들 노력에 대한 대가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가슴을 열지 않고도 인공판막을 삽입해 최근 혁신적 치료법으로 평가받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행위료는 약 50만원에 불과하다.


TAVI에 전문의만 최소 심장내과 2명, 흉부외과 2명, 마취과‧영상의학과 각 1명 이상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시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인 셈이다.


이처럼 병원과 집만을 오가는 삶, 그리고 적자 시술이라는 눈총에도 그들이 버텨 온 건 힘든 환자들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과 소명의식, 그리고 환자들을 살려냈을 때 뭉클해지는 보람 덕분이었다.


충북대병원 재직 3년차 심장내과 전문의인 배대환 교수는 "심장이 아예 안뛰어서 에크모가 단 1초라도 돌아가지 않으면 바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정상으로 회복할 때까지 어떻게든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처치하고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에크모를 제거하고 외래에 내원했을 때 그 기쁨은 아마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재환 교수 "자부심‧보람→자괴감‧절망, 아무리 외쳐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무력감"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그리고 앞서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이들을 버티게 했던 힘을 무너뜨렸다.


이재환 교수는 "저를 지탱해왔던 교수로서 자부심, 보람, 책임감은 무력감과 자괴감,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2000명 증원 후의 대한민국 의료가 어떻게 망가질지 뻔히 알기에 복잡한 생각들로 머릿속은 가득 차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건 정말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울분을 토했다.


배대환 교수도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며,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독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혼랍진료금지는 말 그대로 의료 이용을 더 늘리고 의료민영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필수의료 '멸망' 패키지의 총아임이 분명하다"고 힐난했다.


"힘들게 필수의료 지켜왔지만 국민들에는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 조리돌림 당해"


여기에 정부의 강압적 조치와 언행은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었다.


배장환 비대위원장은 "지방의료와 필수의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지방‧필수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멀어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다며, 민심을 호도하고 의료진 자존심을 꺾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필수의료 분야를 간신히 지킨 의사들마저 국민 앞에서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결국 이들의 마음은 필수의료를 떠났다.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반발이 아닌 포기에 가깝다.


배대환 교수는 "동료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제가 중증 고난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코자 한다"며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환 교수 역시 "의료 미래가 사라진 이 땅에서 더 이상 필수의료에 몸담아 일할 자신이 없고 교수 지위에 대한 어떤 아쉬움도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끝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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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판새 03.31 18:33
    이천공 주술사가 건니에게 행운의 2000 숫자라고 한 듯. 그래서 윤대통령에게 王 자도 손바닥에 새기고 2000 숫자에 얽매이고 증원도 2000명 하고 의사를 악마화 해서 국민 80%는 환호하고 총선에 참 잘 이용하려고 했고 박민수는 의사에 대한 본인의 원한을 풀 기회도 왔고 총선과 너무 잘 맞았지. 이제 여론도 돌아서고 악재가 되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습이 불가한 상태다. 만지당과 젖국당이 탄핵을 기다리고 있는데 용산 멧돼지는 귀를 막고 있고 한동훈은 앵무새같이 찢죄명을 까도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국민들은 분노의 투표를 하게 된다. 이래서 검사가 대통령 하면 안되는구나 생각이 든다. 한동훈도 윤석열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압승예상 서글프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증원 철회하고 납작 엎드리면 가능한데 똥고집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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