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마침내 디데이(D-day)가 됐다. 의대생·전공의·전임의·봉직의·개원의 등 전(全) 의료계가 참여하는 총파업 ‘첫 날’이다.
정부와 의료계 간 논의가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잠정 합의에 이르기도 했으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이에 반대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총파업에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대전협 등이 주축이 되고 전임의·봉직의 등도 참여하는 가운데, 개원가의 참여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6·27·28일 3일간에 걸쳐 범의료계가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총파업은 의대협·대전협 등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일과 14일 있었던 총파업에도 의대협·대전협 등은 다수가 참여했다.
더욱이 의대협은 국가고시 거부 등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카드를 내놨고, 전공의들도 지난 21일부터 연차별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전협의 경우 25일 오후 7시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2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집단휴진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회의는 오늘(26일) 오전까지 이어질 정도로 긴박했다는 전언이다.
대한전임의협의회(전임협) 사정은 복잡하다.
당초 전임협은 24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실제 두드러지게 활동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 한 곳이다. 26일부터는 의협과 발을 맞추기로 했으나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 병원 소속 전임의들의 연차 사용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전임협 내부에서는 총파업 방법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오늘 전임의 참여율은 당초 발표했던 수준에는 많이 못미칠 전망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지난 21일 ‘의료계 파업 투쟁 상황에서의 봉직의사 대응 지침’을 공개하며 “26·27·28일 사흘 간에 걸쳐 연차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단, 봉직의는 병원에 고용된 신분이라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개원가 참여율도 문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14일 총파업에서 “선배 의사들이 2차 총파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일부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범의료계 4대 악(惡) 저지 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 보내는 글에서 “당정청이 아니라 의료계 내부 구성원에 의해 의지를 상실해 가고 있다”며 “대형병원이 움직이지 않는데 일차 의원이 움직이는 것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질문을 회의장에서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에 명단도 없고, 회비 납부도 되지 않아 행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협 산하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에서는 대전협이 총파업을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다수였다. 지난 14일 총파업에도 의대생·전공의 등 다수가 참석한 데 반해 개원의들의 참여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물론 전공의·전임의들 총파업 참여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겪는 국민 불편과 혼란은 적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현실화 되면서 진료부터 수술까지 교수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政·醫, 정책 추진·집단 휴진 중단에도 대전협 '어깃장'
한편, 정부와 의협 간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을 거부했던 의협은 지난 18일 복지부에 회담을 제안했다. 24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까지 성사되면서 총파업 철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 했다.
그러나 이날 새벽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 정책 추진과 집단 휴진 중단’에 잠정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가시화되면서 양측이 의료공백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양측은 결국 합의하지 못 했다. 대전협이 잠정 합의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의협은 대전협 대의원회의 추인을 얻어 최종 합의문을 작성키로 했으나, 대전협은 밤늦도록 이어진 토론에도 집단 휴진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대전협은 당초 주장처럼 전면적인 정부 정책 철회를 집단 휴진 중단의 우선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