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21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이 완료된 가운데 수련기간을 4년제에서 3년제로 단축했거나 고민 중인 전문과목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현재 수련기간 3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결핵과 등이다. 내과와 외과는 비교적 최근인 2017년과 2019년부터 3년제 전환을 시작했다.
올해 첫 3년차 전문의를 배출한 내과의 경우 추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비롯해 현장의 인력 공백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정원 미달이라는 본래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집계한 올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의 내과 실적을 보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정원을 채워 마감했거나 경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주대병원과 인하대병원을 비롯해 지역에서도 충북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전남대병원, 단국대병원 등을 제외하면 내과는 대부분 모집 정원을 충족했다.
오는 2022년 3년제 수련 전문의를 처음 배출하는 외과의 경우 내과에 비해 미달된 병원 숫자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과 한림대성심병원, 건국대병원, 부산백병원, 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이 충원에 실패했다.
하지만 중앙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단국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정원을 채우거나 경쟁을 기록한 병원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는 이 처럼 3년제 수련이 늘면서 기존 3년제를 운영하고 있던 가정의학과의 지원자가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인기가 많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내과가 경쟁을 기록하고 가정의학과는 미달됐다”며 “같은 3년제를 운영하는 내과 쪽이 더 선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가정의학과 1년차를 모집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한림대성심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을 비롯해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몇 안되는 곳만이 정원을 채웠고 그 외 다수 병원이 미달됐다.
이런 가운데 기존 3년제 전환을 고민했던 과에서 올해도 다수의 미달 사태가 발생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유난히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이 속출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지난해 3년제 전환에 대한 고민을 한 바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3년제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은백린 이사장은 “인력 공백에 대한 보완 없이 섣부른 전환을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모집에서 미달을 넘어 지원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병원이 다수 발생한 이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련 과정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반드시 3년제 전환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미달 병원이 다수 쏟아진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또한 3년제 전환에 대한 고민은 했었지만, 당분간은 4년제를 유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분과전문의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고 나서야 3년제 체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한비뇨의학회 또한 내부 공청회 결과 회원 다수가 수련기간 단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전공의 근무 시간이 주 80시간으로 한정돼 있는데 수련 기간까지 줄이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당시 이규성 회장은 “전공의 교육을 통해 술기를 배울 시간도 필요할 뿐더러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인력 공백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