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아주대병원에서 선후배 전공의 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이 이어졌지만, 병원이 이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병원이 피해자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등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향후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주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지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원내 선배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함께 식사 후 귀가하는 과정에서 B씨는 A씨 몸을 돌려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거나 뒤에서 끌어안는 등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뒤로 2년이 지난 2020년, B씨는 A씨와 식사자리 후 A씨의집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A씨가 이를 강력히 거부하자 본인의 집으로 데려가 더 심한 수위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두 차례 성범죄 이후에도 A씨는 병원에 소문이 나는 점과 보복 등이 두려워 신고조치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그 후로도 B씨가 지속적으로 A씨 근무태도 및 선배를 대하는 태도 등을 문제삼아 악성루머를 퍼트리는 등 위력을 이용해 괴롭히자 A씨는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
A씨는 “분명 옆방에서 근무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겨냥해 일 안하고 뭐하냐는 발언을 전체 레지던트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근무태만 이미지를 형성했다”며 “인턴을 일부로 근무장에서 빼내 업무량을 가중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근무 중인 과의 C교수가 전공의 추가 근무 강요 및 진료 책임 전가 등 본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A씨는 “C 교수는 이 같은 성추행 문제로 병원과 면담을 진행해 환자 진료가 약 1시간 40분가량 지연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근무를 할 수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했다”며 “과거 코로나19 검사 후 자가격리한 점에 대해서도 ‘쌩쑈’라고 비하하는 등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한 “전공의법을 무시한 채 휴식 없이 52시간을 근무케 하고 이미 퇴근한 전공의를 전화로 다시 불러내는 등 행위를 일삼았다”며 “대학병원 교수라는 지도자 입장으로서 지녀야 하는 자질 부족은 물론 기분에 따라 난무하는 욕설과 폭언, 인격 무시 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병원측 "원내외 전문가 구성 감사팀 구성, 진상 파악 진행 중"
이런 피해 사실에 대해 A씨는 병원 측에 민원을 제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은 신속한 조치는 차치하고 오히려 A씨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 향후 진위 여부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원내 규정상 조사는 접수된 후 20일 이내 완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해자 면담조차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정신약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과장 등을 통해 사직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가해자와 분리 등 수련환경에 대한 빠른 개선을 요구했지만 교육수련부에서 지속적인 사직 압박이 오고, 신고 당시부터 진행돼야 할 피해자 보호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치료받고 있는 정신과 진단서와 함께 병가를 신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주대병원은 원내ㆍ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체 감사팀을 꾸리고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로 A씨는 병원 측 내부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A씨가 연락이 닿지 않아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는 데 지연이 있었고 이후 보호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A씨가 병가를 내 분리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병원은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관련 내용을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전공의 A씨는 해당 사안과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한국여자의사회와 대한전공의협회 등에도 사건 내용을 전달한 상태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국여자의사회에 성추행 사건 및 교수 괴롭힘, 그리고 이후 병원 측에서 일어나고 있는 2차가해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리고 대전협 수련평가위원회에는 매달 말에 보고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지난달 직접 민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련평가위원회에 병원 측에서 조사가 시작됐다고 보고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진행이 느린 점에 대해 수평위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모든 것을 병원에 요청해야 해 늦어진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