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병상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진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업계 피해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형병원에 입점한 식당, 카페 매출이 급감한 것은 물론이고 인근 소상공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외에도 병원식을 담당하는 단체급식 업체들과 간병인, 사설 구급차 일감도 줄었고, 이른바 '환자방'으로 불리는 환자 전용 고시텔도 손님이 없어 방이 텅 빈 상황이다. [편집자주]
정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여파가 숙박 업계 피해로 비화하고 있다.
숙소 임대 업자들은 늘어나는 공실에 고민이 깊어지고 환자들도 차일피일 연기되는 진료 일정에 숙박비를 내며 기다려야할지 본가로 돌아가야할지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환자방 공실에 임대업자들 '멘붕'
다세대 빌라부터 오피스텔, 고시텔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주로 수도권 '빅5 병원'(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세브란스·서울대병원)과 경기도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환자방은 수도권 환자 쏠림 문제에서 탄생한 숙박시설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빅5 병원과 국립암센터 인근에는 '환자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운영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간판이 없어도 '병원과 가장 가까운 숙소'라는 문구로 홍보하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환자방은 유형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만~5만원 대로 형성돼 있다. 한달 기준 90~150만원이다.
다만 고시텔의 경우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더 넓고 요리나 세탁을 할 수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가격이 높았다.
환자방을 찾는 이유는 병원까지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상경 환자들의 경우 경증보단 중증이 많고 대부분 고령층이라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치료기간이 수개월 걸리거나 병원 병상이 부족한 데다 입원 기한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요가 꾸준히 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애초에 입원을 기다리거나 진료가 밀리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의 경우 머무를 곳을 알려달라며 병원에 문의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환자방은 환자가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가 높다. 1~2년 장기 계약이 아닌 원하면 일주일, 보름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의대 증원에 반발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행렬이 계속되면서 환자방 임대 업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서울아산병원에 인접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단기 계약 원룸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진료 일정이 연기되면서 수요가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 업자의 경우 단기 월세를 포기하고 전세로 전환한 사례도 생겼다는 전언이다.
월세 100만원 지불해야 하는 환자들도 '고심'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교수 5947명가량 중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 의사를 밝힌 인원은 총 2899명으로 전체 49% 정도다.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병원 1400여명의 교수 중 450명(32%) 정도가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하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교수 767명 중 433명(56%)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과 연계된 연세의대 비대위는 지난 25일 교수 1300여명 가운데 629명(48%)이 의대 학장 앞으로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비대위 역시 교수 880명 중 627명(83%)이 자발적 사직에 찬성했다고 밝혔으며, 서울성모병원과 연계된 가톨릭대 의대에서는 약 1600명 중 760명가량(48%)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환자방에 머물며 숙박비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 환자들도 고민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의대 정원 갈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 3만~4만원에 달하는 숙박비용을 내며 버텨야할지 본가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환자방을 운영하는 임대업자는 "최근 병원에서 갑작스레 진료 일정이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취소하는 건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환불 규정에 따라 진행되지만 바로 전날이나 당일날 취소하는 경우 저희도 도와드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병원에서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방 환자들은 진료 일정이 밀리면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 입장에서도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