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턴제를 폐지하고 2년간 체계적으로 여러 진료 과목을 거치는 '일반 전문의(가칭)'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수련병원 중심 수련체계가 아닌 지역·필수·일차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수련체계를 구축해야만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휴먼시스템의학과장)는 19일 오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재로 열린 '전공의 수련-노동환경 개선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이 제언했다.
의사 인턴제는 의과대학 졸업 후 1년간 대학병원에서 여러 전공 과목을 돌며 기초적인 의학 지식을 습득하고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도록 하는 수련 과정이다. 1958년 도입 이후 66년간 유지되고 있다.
의대 6년→일반 전문의 2년→레지던트 3년→전문의 자격 취득
홍 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현행 '의대 6년→인턴 1년→레지던트 3~4년→전문의 자격 취득' 과정을 '의대 6년→일반 전문의 2년→레지던트 3년→전문의 자격 취득'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실제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의대 졸업 후 세부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기 전 2년 간 'junior doctor period'라는 과정을 거친다.
호주에서도 의대를 졸업하면 2년 동안(인턴 1년, 레지던트 1년) 'Prevocational'이라는 과정을 수료하고 세부 전문의 과정을 밟는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의대 졸업 후 전문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 임상 역량을 키울할 수 있는 'Clinical training'이라는 과정을 2년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은 지역, 필수, 일차의료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 탓에 전공의들은 불만이 크고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와 병원도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체계 관점이 달라져야 정부 추진 의료개혁도 성과 가능"
문제는 제도 적용이다. 홍윤철 교수는 "다른 국가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인턴 1년제가 2년제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인턴제를 폐지하고 일반 전문의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홍 교수는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은 모두 병원이 떠안고 있는데, 병원은 경영을 해야하기에 전공의를 수련생이 아닌 노동자로 보는 경향이 짙다"며 "전공의 수련환경을 수련병원 중심이 아닌 지역·필수·일차의료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수련병원을 비롯해 ▲1차 의원 ▲2차 병원 ▲공공의료기관 ▲민간거점병원 ▲지역코디네이션 수련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전공의 수련체계를 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수련환경이 바뀌면 지역·필수·일차의료 리더가 양성되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의료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 커리어도 강화되면서 스스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기에 수련 만족감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정부와 지자체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이 수련에 만족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