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진호 기자.
“필요 의사 수 추계는 여러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대증원이 아무리 공공복지를 위한다고 해도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직업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지난 15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의 건강권 보장 및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토론회는 의료대란 상황에서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의료공공성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류옥하다 씨는 전공의 및 의대생 1581명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의대 입학정원 증원 대신 감축이나 유지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96%’ 수준이었음을 밝히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류옥 씨는 “고령 의사들의 은퇴에 비해 새로운 의사 진입이 2.9배~3.8배 많아 활동 의사 수가 2012년 약 8만7600명에서 2022년 약 11만2300명으로 늘었다”라며 “의대 정원은 동결됐지만 의사 수가 동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필요 의사 수 추계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의료 기술의 발달로 실제 초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적 치료를 한 뒤 3일만 입원해도 된다.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밤을 새우며 사명감 하나로 사람 살려보겠다는 열정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
류옥 씨는 “정부가 밥그릇만 챙긴다고 볼모로 잡아 의사들도 상처가 깊어졌다. 밤을 새우며 사명감 하나로 최선의 진료로 사람을 살리던 열정을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의대 증원이 효과가 불투명하고 10~20년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실행 가능한 '수요 중심 의료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의료전달제계 복원 선행, 선의의 의술을 행한 의사가 사법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 전문의 중심 병원에서 양질의 전공의 교육이 이루어져 환자 중심으로 의료를 재편하는 것 등이 있다면 의대증원은 논의조차 필요 없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제약사에게 받은 것이라고는 제품 설명회에서 나눠주는 삼색 불펜 밖에 없는 전공의들에게, 간첩의 여섯 배에 달하는 30억의 리베이트 현상금이 걸려있다”라며 “업무개시명령 등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직업을 포기하거나 직업을 가지지 않을 자유는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라며 “아무리 공공 복리를 위한다고 할지라도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이를 제한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환자·의사·정부·일반 국민, 4개 당사자에서 국민만 빠져”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국민, 의사, 환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로서, 의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 강화에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정책에서는 환자·의사·정부·일반 국민이라는 4개 주체가 당사자인데, 그간 논의에서는 국민이 빠졌다”며 “국민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실제로 적정한 양을 질을 보장할 수 있고 과잉진료나 하지 않는 신뢰성을 기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같은 보건의료 분야 안전망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형평성, 효율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들은 전문성이나 자율성,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어떤 사회적 보장과 처우를 요구하는 미묘한 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절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세분화, 전문화가 너무 심해져 정보가 집중돼서 의사들이 갖고 있는 독점권이 더 강화되고 있다. 점점 폐쇄적인 계층화로 계급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