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달 초 "4월 말까지 40개 의대 중 39곳이 개강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8개 의대는 끝내 수업을 재개하지 못했다.
앞서 개강한 대학들조차 수업 출석률이 극히 저조해 유급 가능성이 짙어지며 내년도 의대 교육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29일 각 대학에 따르면 이날 개강 예정이었던 8개교 중 가톨릭관동대, 건국대, 고산대, 연세대 원주, 원광대, 전남대 등 6개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성균관대와 울산대 등 2개교는 이날 오전 내부 회의를 열고 개강을 다음 달 13일로 2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대의 경우 학칙상 한 학기 수업이 15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최후의 개강 연기를 한 셈이다.
이로써 29일까지 개강한 의대는 40개교 중 32개교에 그쳤다.
중앙대는 5월 1일로 개강 시점을 정했으나, 건양대, 조선대, 인하대, 순천향대, 아주대 등은 아직 수업 재개 일정이 미정인 상태다.
아직 개강하지 못한 A의대 학장은 "개강하는 순간 학생들의 결석 카운트가 시작되고, 결석 며칠이 쌓이면 무조건 유급이다. 그 이후에는 학생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다. 학생들에게도 큰 불이익일뿐더러 학교와 국가에도 재앙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업을 강행한 학교는 둘 중 하나다. 의대 학장단과 본교 본부와 사이가 극도로 나쁘든가, 아니면 의대에서 본교 입장을 단 한 톨도 조율하지 못하든가"라며 "어느 쪽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의대와 본교의 원활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정 평행선에 강의실 열려도 학생들 감감무소식
개강한 대학들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비대면 수업, 별도의 출석 인정 등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출석률은 현저히 낮다.
학생 473명 중 453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원광대는 두 달여간 8차례 개강을 연기 끝에 29일 개강했으나 당일 결석률이 95%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휴학계 승인 권한이 있는 의대 측은 유급 시점이 임박할 경우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개강한 전남대는 교수들이 미리 제작한 수업 영상과 관련 자료를 웹사이트에 올려놓는 형태로 수업을 재개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아닌 탓에 몇 명이 수업에 참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학생 731명 중 575명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을 감안할 때 출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유급은 막자" 대학들 학칙 개정…각 대학 30일에 2025학년도 정원 제출 예정
전남대는 수업 재개와 함께 휴학 관련 학칙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수업 일수의 2분의 1을 채우지 못하면 유급 처리가 됐지만, 이를 개정해 2분 1을 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나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예외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3일 각 대학에 2025‧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등을 이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보내라면서 "불가피한 경우 시행계획을 먼저 제출한 후 학칙 개정 등 시행계획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사후에 마무리해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의대생 복귀에 대해 "각 대학별로 '진전이 없다'고 듣고 있다"면서도 "5월 중순부터 집단 유급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 할 수 있으나 학사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는 대학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에서 학생들 복귀에 장애가 되거나 출결에 한계가 있는 데 대해 나름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달 30일까지 각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입원을 제출하는 것에 "대학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숫자를 밝히기 어렵지만 대부분 대학이 대교협에 제출하고 있고, 30일 많은 곳이 제출할 계획이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