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지던 췌장암과 담관암의 단단한 벽(壁)이 최근 다학제 진료 등장으로 차츰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료지침을 개발하는 등 전통적인 악성 종양인 이들 암의 예후 향상에 몰두하고 있다.
2년 전 췌장암에 대한 다학제 진료지침을 발표하며 의학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간담췌외과학회가 이번에는 ‘간외 담관암 진료지침’을 내놨다.
이번 진료지침은 한국간담췌외과학회를 주축으로 대한췌장담도학회, 대한복부영상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 총 7개 학회가 힘을 모았다.
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교수진이 109명에 달하는 만큼 ‘간외 담관암’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담관암’은 간에서 만들어져 쓸개에 저장돼 있던 담즙(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담관(膽管)에 생긴 종양이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작용을 돕는 녹갈색 액체로, 암 때문에 담관이 막히면 담즙이 흘러 넘쳐 혈액 속으로 스며들어 ‘황달’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간 속을 지나는 부분을 ‘간내 담관’, 간 밖으로 나온 부분부터 십이지장에 연결된 부분까지를 ‘간외 담관’이라고 한다. 이들 두 담관에서 발생하는 암이 바로 ‘담관암’이다.
‘간내 담관암’은 간에서 발생하는 만큼 주로 간암으로 분류돼 치료가 이뤄지지만 ‘간외 담관암’은 상대적으로 수술이나 치료법 등에 대한 연구가 저변화 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대비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는 담관암 발생 빈도가 많지 않아 관련 연구는 물론 통용되는 진료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던 실정이었다.
이에 한국간담췌외과학회를 위시한 여러 전문과목 학회들이 의기투합했다. 2년 전 췌장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경험을 토대로 ‘간외 담관암’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청했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박상재 이사장은 “전문가들에게 간외 담관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진료지침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의사 관점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표준화된 근거 중심 의학을 바탕으로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간외 담관암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모든 치료과정이 총망라돼 있다.
특히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간담췌외과 △병리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각 전문과목별 지침이 수록됐다.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진 이사장은 “담관암은 예후가 불량한 암종으로 국내에서 호발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치료법 개발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최신지견을 토대로 담관암 치료에 나선다면 예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외 담관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한국간담췌외과학회 공식 학술지인 ‘Annals of Hepato-Biliary-Pancreatic Surgery’와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