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끈끈하면, 건강 적신호 켜진다"
"동맥경화·뇌심혈관질환·임신중독증 파악 등 혈액점도 중요성 높아져"
2023.08.11 06:08 댓글쓰기



(왼쪽부터) 이영주 교수, 김두상 과장, 이병권 교수, 한문구 교수, 김원호 과장


[기획 上] 혈액 순환은 건강의 기초다. 혈액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며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몸밖에 배출한다. 그런데 혈액순환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혈액점도다. 혈액이 끈끈하면 혈류에 장애가 생기고, 혈전도 쉽게 생겨 혈관 막힘이 발생한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혈액점도를 이들 질환을 조기에 막거나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임상 전문가들과 '혈액점도 임상적 응용' 좌담회를 가진 이유다.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두상 중앙보훈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과장,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영주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교수,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연구과장이 혈액점도 이해와 활용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편집자주] 


혈액점도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지표이지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에게도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개념부터 살펴보면 혈액점도는 혈액의 끈끈한 정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혈액은 왜 끈끈할까. 혈액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세포성분과 액체성분인 혈장으로 구성됐다.


이중 혈액 내 30~50% 정도를 차지하는 적혈구가 혈액을 끈끈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다. 적혈구 수가 많을수록 혈액점도가 증가한다. 


적혈구가 응집하거나 피브리노겐 같은 혈장단백질이 증가해도 혈액점도가 높아진다. 이외에 체온, 식습관과 수분섭취, 흡연, 스트레스는 물론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기저질환도 영향을 준다. 


김두상 중앙보훈병원 과장은 "쉽게 설명하면 물과 페인트를 관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물보다 페인트가 구조물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처럼 점도가 높은 혈액은 유동에 장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을 앓거나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는 경우 혈액점도와 관련이 있다"며 "그러나 혈액점도가 임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혈액내과"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백혈병에서 혈액점도 때문에 혈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전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과거에는 점도측정방법이 발달하지 않아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뇌심혈관질환·신장질환·망막질환 등 다양한 분야 혈액점도 활용 


혈액점도 측정기술 발달로 인해 혈액점도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심뇌혈관질환을 비롯해 말초혈관질환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혈액점도를 측정하면 질병 진단 및 치료, 경과 관찰에 도움이 된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혈액점도는 뇌졸중 환자 치료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뇌졸중 발병 원인은 다양한데, 치료를 위해 약물을 쓰거나 시술을 하는 것 외에 혈액점도를 낮추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피를 뽑아서 점도를 떨어뜨린다"며 "뇌경색 원인 중에도 혈소판과 관련된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혈액점도가 고려된다"고 덧붙였다. 


김두상 과장은 "혈류 장애가 명백히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뇌나 심장, 신장, 망막 관련 질환에선 점도 개선이 도움이 된다"며 "다리를 절단하느냐 마느냐로 고민 중인 절박성 하지허혈 환자에서도 점도 치료를 한 경우 절단까지 기간이 길었다"고 전했다. 


이어 "혈액점도가 적정할 때 혈액순환이 잘 이뤄져 조직 건강도 유지된다"며 "실제 순환에 영향을 주는 혈액점도만 개선해도 망가진 조직을 회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폐경 이전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조기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뇌졸중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를 진행한 이병권 교수는 "월경이 정기적 사혈 효과를 일으켜 가임기 여성의 심뇌혈관 질환 보호 효과를 가졌다"며 "여성뿐 아니라 정기적 헌혈을 유지하고 있는 성인들이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훨씬 적다는 이전의 연구와도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진단 너머 질환 예방 및 조기 치료 계획 도움"


혈액점도는 진단은 물론 질환 예방과 조기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도 유용하다. 실제 산부인과에선 임신 관련 합병증을 예상하기 위해 혈액점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영주 경희의료원 교수는 "산과 파트에서 혈액점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모체와 태아의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아이가 잘 안 큰다든지, 태아 성장이 지연된다. 태반 관류의 이상이 생기면 임신 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어 "산모가 태아를 키우기 위해선 몸이 변화하는데, 혈장량이 늘고 프로게스테론이란 황체호르몬 때문에 혈관과 평혈관이 이완되면서 비스코스티가 감소해 혈액점도도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때는 태아에 영양분이나 산소를 많이 공급해야 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위험하고, 임신합병증이 생기게 된다"며 "혈액점도는 임신합병증과 연관된 부분 등에서 임상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건강검진센터에서 이미 혈액점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혈액점도검사는 수축기는 물론 이완기 혈압 상태의 혈액점도까지 측정할 수 있어 검사 정확도와 정밀도가 높다.


이병권 교수는 "건강검진센터에서는 혈액의 점도를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정기적인 혈액점도검사를 통해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에 위험도 개선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혈액점도는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며 헌혈자가 줄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혈액점도 개선에 헌혈이 도움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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