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거품 아닌 필수-패러다임 변화 속도"
예종철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 "의사 등 전문인력 확보 관건"
2023.07.31 12:05 댓글쓰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픈에이아이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 ‘바드’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른바 생성형 AI 기술을 공개하면서 국내외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생들은 과제로 챗GPT 활용이 당연시 되고 있고, 관련 논문도 쏟아지고 있다. 관련 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산업 전반에 AI 열풍이 거세다. 특히 국내에선 대학병원을 비롯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업체들이 A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표방한 기업들 주가가 급등하면서 제2 닷컴버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연구를 해온 예종철 KAIST(카이스트) 디지털 헬스 추진 단장이자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회장은 “이번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Q. 인공지능 연구 계기는

카이스트에 온 지 20년이다. 앞서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에서 2년 전 AI대학원에서 헬스케어와 관련된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 중이다. AI를 의료영상 등 여러 분야에 접목 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등을 중심으로 산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회장과 카이스트 디지털 헬스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특히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는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 의료 적용 필요성을 절감한 의사들이 모여 최초로 출범했다. 의사가 절반 정도이고 엔지니어, 산업계 종사자들도 참여한다. 인공지능과 제약바이오,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학술모임이다. 그는 의사가 아닌 Phd 중에서는 처음 회장이 됐다.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학회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Q. 카이스트가 인공지능에 관심 갖는 이유는

카이스트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심사 중 하나가 기초 과학, 기초 바이오, 기초 의과학의 협업이다. 카이스트 철학에 맞는 의과학자를 키우기 위해 자체 대학병원에 대한 설립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다. 대부분 의대 내에서 기초과학을 전공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 과학자를 키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AI와 바이오는 다학제적 분야로, 의학적 지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동시에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관심이 있었고 그런 인력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20년 간 관련 연구를 하고 의사들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AI와 의료의 접목 필요성에 공감대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미 의사나 기업들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관심도 크다.


Q. 한국 AI 기술 어느정도 수준인가

초기 인공지능 및 알파고 이후 딥러닝 등 2세대 인공지능, 그리고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3세대다. 딥러닝은 성과가 있었지만 산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2세대 인공지능은 좋은 데이터를 모아 훈련하는 형태였다. 한국 정부도 데이터 댐 사업 등 많은 돈을 투자해서 그런 레이블을 잘 만들어보려 했다. 다만 미국에 비하면 부족한게 현실이다.

미국의 선진 AI 연구자들이 뛰어났던 이유 중 하나는 근본적으로 딥러닝이 단순 투자로 해결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데이터를 매번 축적해야 하는 레이블 없이 학습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자기 지도 학습’이라는 분야로 넘어갔다. 대중의 막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자기 지도 학습을 하는 챗GPT가 생성형 AI의 대표 사례다. 

2019년 스탠포드에서 100여 명 되는 AI 연구진이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콘셉트를 제안했다. AI가 구글 등 공개된 막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자기 지도 학습을 하고 이를 토대로 개인화된 드럭(drug)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그동안 보건복지부 등 주변에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한 방에 깨진 게 챗GPT 등장이다. 이후 그와 관련한 설명이 필요 없어졌다.


Q.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들 기술 수준은

한국에선 구글 및 오픈AI 수준 기업은 아직 없다. 다만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에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중심으로 나머지 기업들은 대기업 생성형 AI를 활용해 여러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등 또 다른 플랫폼을 지향하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생성형 AI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가 상존해 있다. 예를 들어 챗GPT를 병원에서 쓰려고 하면 환자 데이터가 공개된 상태에서 사용되거나 할 경우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한 문제가 생긴다. 국방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제약·바이오, 의료영역 등에서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정보가 국한된 모델 연구는 많아지고 있다. 특히 메타에서 ‘라마’라는 AI 소스를 공개를 하면서 이를 활용한 기업들의 AI가 엄청나게 발전 하고 있다. 챗GPT까지는 안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하루에도 2~3개씩 응용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내부에서도 오픈 소스 진영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어 언젠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소규모 모델을 만들려는 건 학계 차원은 물론 기업들도 많은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Q. AI 관련 기업 주가 폭등, ‘거품설’에 대한 견해는

'할루시네이션'으로 불리는 환각 등 신뢰성 문제가 있어왔다. AI가 워낙 대답을 잘하다 보니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할 수 있고, 의료나 바이오 쪽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들도 굉장히 많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이 알아가면서 해석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바이러스화 되는 것은 훈련 등을 통해 수정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기술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고 이런 분위기에 따라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서 주가가 올라가는 것도 맞다. 여기에 AI를 통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을 쓰는 게 좋다는 등 실제 솔루션이 나오고 있다. 뷰노의 경우 응급실에서 레이트를 낮추는 기술 등 지금 병원에서 수익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 보험 등 문제가 있지만 학회 차원에서도 자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뢰성 문제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 기술력도 실재"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기간 3~4년 축소에 비용도 절약"

"해외 제약사 AI 인력 수백명이지만 한국은 상당히 미흡"
"관련 논문 쏟아지는 작금의 시기가 AI 시대 변곡점"


Q. 신약 개발에서 'AI 활용'이 실제로 가능한가

가장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 제약·바이오 쪽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최근 화합물이라든지 연구를 많이 하는 것들이, 오픈된 대형 데이터를 보다 적은 데이터로 레이블링, 분류하는 모델을 만들고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탑다운 방식으로 화합물 -> 유전질 -> 단백질 등 필요한 영역에 어떤 약물을 취합하는지 후보군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특정 질병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타겟팅을 하고 해당 단백질에 맞는 화학물질을 AI를 통해 설계할 수 있다. 타겟에 맞는 신약 발굴에서부터 양의 설계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인공지능을 통해서 빨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임상 3년~4년 단계를 줄여 5~6년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그 많은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Q.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

확실히 인적자원이 부족하다. 한국 제약사들은 외국 제약사 AI 인력에 비해 정말 열악한 수준이다. 얼마 전 케임브리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을 만났는데 제약사임에도 불구하고 AI 연구팀이 상당했던 기억이 난다. 독자적인 연구보다 제약회사들이 AI 연구 인력 증원 등 경향이 짙은데, 한국의 경우 점점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다른 분야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들 소위 ‘맨파워’가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성장처럼 바이오, 제약 등에서의 AI는 어마어마한 비즈니스다.


Q. 의대 쏠림 여전···AI 인재 확보 어렵지 않나

의대 쏠림 현상 등은 문제 삼지 않아도 될 근거가 하나 있다. 추후 의사가 되더라도 다학제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이런 것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의사들 중에도 의사 개발자 모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다만 의대에 간 이후 전공 과정 외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건 걸림돌이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생들도 여러 관심사에 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카이스트는 여러 상황에 등 떠밀려 의사를 하려는 학생들이 와서 의사 자격증을 받고 이후에 엔지니어링, 바이오, 사이언스 등 다양한 영역을 꿈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추진단이 바이오 헬스케어 AI 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국내에서 역량 있는 팀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과 병원들도 참여하고 그 안에서 선순환 하는 기전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 등을 통해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Q.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AI 활용 전망은

지금은 새로운 AI의 전기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과장이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다. AI가 엄청나다는 걸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옛날에는 저널이나 컨퍼런스가 주요 정보 습득 경로였지만 요즘은 '아카이브(archive)'를 통해 확인한다. 작년부터 관련 논문 수가 2~3배 늘어났다. 업로드 수가 너무 빠르다. 심지어 논문이 하나 나오면 다음 주에 후속 논문이 나올 정도다.

한국 기업 중에선 HK이노엔, 대웅제약을 비롯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무적인 방향이다. 사람 생명을 살리는데 AI를 활용하는 게 직접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영역이다. 한국은 병원 등 의료데이터와 의사들이 뛰어나다. 대형병원들도 AI 관심이 높은 만큼 성장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삼성이 소니 등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LCD로 TV가 바뀌기 시작할 무렵 잠재력을 가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제2 반도체로 꼽히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기업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제약·바이오와 AI 등 현재 우리는 그 변곡점에 서 있다. 빠른 투자 등이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댓글 1
답변 글쓰기
0 / 2000
  • 혼딤 08.01 03:05
    판검사 AI가 더 시급하고 필수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