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실명제·신포괄수가 수술 마취료 신설 필요"
학회 "非전문 마취의사 등 초래 의료사고 방지 위해 '마취안전기준' 제정"
2023.01.13 06:11 댓글쓰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한 마취 시행으로 의료사고가 지속 발생함에 따라 환자 안전을 위해 마취 실명제, 신포괄수가제 수술 항목 마취료 신설 등의 필요성이 제안됐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2일 서울 마포 학회 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취 환자 안전을 위한 수가 및 마취안전기준 등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박상진 홍보이사는 "마취는 환자 안전을 위해 고도로 훈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간호사, 비전문의 등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 많다"며 "이로 인해 2018년 부산 대리수술 뇌사사건, 2021년 간호사 대리마취 산모사망 사건 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이런 현실이 확인된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아닌 사람에 의해 시행된 연간 마취 건수는 2013년 기준 전신마취 3만3008건, 위마취 14만3134건, 정맥마취 9만3584건에 달한다. 


게다가 학회가 2009년~2018년까지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분석한 결과 92% 환자에서 사망을 포함한 영구적 손상이 발생했고, 그중 43%는 표준적 마취를 시행했다면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


"비현실적 수가체계로 인해 비전문가 의료인 실시 사례 많아져"


마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많이 시행되는 원인은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수가체계 때문이란 게 학회 진단이다.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관련 연구결과(2016년)에 의하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다. 미집계된 병원까지 포함하면 원가 보전율은 50%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박 홍보이사는 "마취료 수가를 보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 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술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마취를 하더라도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았을 때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며, 특정 전문의만 해당과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술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며 다양한 관리를 시행하는 마취를 동시에 시행한다는 것은 어렵고 환자 안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포괄수가제에서 마취료가 별도 산정되지 않아 마취의와 회복실 담당 간호사 등 마취 분야 인력 고용과 관련한 시설 투자를 더 위축하게 만들고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조춘규 부회장은 "투입되는 인력,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며 "현 수가제도는 환자안전을 위한 투자 및 고용을 방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마취통증의학회는 환자 안전 및 알권리 보호를 위해 수년간 제안해 온 '마취실명제' 시행, 신포괄수가제에 적용되는 수술에서 마취료 별도 산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동우 기획이사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방지를 위해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토록 하는 마취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2012년부터 환자 알 권리 보호와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춘규 부회장은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서 마취료를 별도 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으로 시행하는 경우 마취수가를 차등 적용해주는 수가 가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마취의 경우 연간 150만건 이상 시행되고 있어 조금만 원가를 보전해줘도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원가 보전율이 50~70% 수준이라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손해는 안 보는 수준으로 가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급 도입 가능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 추진"


한편, 학회는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마취 관련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평원)에서 4년에 한 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2년마다 마취서비스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의평원의 급성기 병원인증기준 평가는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특정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해 일반 종합병원, 개인병원 등은 제외돼 있거나 조사항목이 미흡한 실정이다.


심평원이 시행하는 마취적정성평가는 의평원 평가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하지만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어 개인의원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연준흠 회장은 "학회는 환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해 전신 마취나 수술을 위한 부위마취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갖춰야 할 시설, 약제, 인력, 교육과정 등을 국내 의료기관 규모에 맞는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학회 차원에서 정기적인 인증 시스템을 시행해 보다 안전한 마취의료 서비스를 제공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관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취 관련 평가는 개원의 참여가 쉽지 않다"며 "당초 평가 기준을 설계할 때 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개인의원에 대한 마취서비스 평가 항목이나 지표를 별도로 개발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이를 학회가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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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o 01.13 12:35
    마취 실명제, 안전한 수술을 위해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 bglim 01.13 12:09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취 실명제, 신포괄수가제 수술 항목 마취료 신설 적극 지지합니다.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 인증제도 제정도 적극 찬성합니다.
  • 이은경 01.13 11:22
    개인의원가서 마취의없이 수면마취 받을 때 불안하긴 합니다.

    좀 더 안전한 기준이 생기고 마취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을 만들어주세요
  • 김준영 01.13 10:46
    말도 않되는 얘깁니다.현 체계에서는 마취전문의를 고용하지않고 환자를 상대로 위험한 비전문 마취만 성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