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무산 이후 멈춰섰던 동탄2신도시 종합병원 유치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지역 내 열악한 의료 인프라 개선과 수도권 남부권역 의료거점 구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이번 사업은, 공공성과 실행력을 강화한 ‘패키지형 개발 모델’로 재정비돼 재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LH는 최근 서울 SETEC에서 '화성동탄2 종합(대학)병원 유치 패키지형 개발사업' 설명회를 열고, 의료법인과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변경된 공모 조건을 공유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1차 공모에 참가확약서를 제출했던 고려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순천향대병원을 비롯해 약 50여 개 법인 관계자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사업은 화성 동탄2신도시 내 ▲의료시설용지(의료1) ▲도시지원시설용지(지원77) ▲주상복합용지(C32, C33) 등 총 4개 블록(약 19만㎡ 규모)을 하나의 개발 단위로 묶어 추진된다. 토지 공급만 8,884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신도시 최초의 패키지형 모델이다.

핵심 요건은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실제 운영 중인 의료법인이 반드시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 참여를 넘어, 병원 건립 일정과 의료복합타운 조성 계획 등 전반적인 실행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동탄2 의료시설용지는 GTX·SRT·동인선이 정차하는 동탄역에서 직선거리 약 1.5km에 위치해 있으며, 동탄 도시철도와도 인접해 뛰어난 접근성을 갖췄다. 수도권 남부권역의 거점 병원으로서 입지적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화성시는 최근 5년간 인구 증가율 전국 1위, 평균연령 39.6세, 아동 인구 수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의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화성시의 의료 인프라 부족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현재 관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곳에 불과하고,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6.6병상으로 전국 평균인 14.1병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응급의료 인프라도 부족해 중증 응급환자 상당수가 수원·용인 등 인접 지역으로 이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1차 공모 무산, 조건 대폭 완화로 재시동

이 같은 지역 여건을 반영해 LH와 화성시는 지난해 말 의료시설용지를 포함한 4개 블록을 하나의 개발 단위로 묶은 ‘패키지형 개발사업’을 처음 공모했다. 당시 고려대의료원, 순천향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3개 대학병원이 참가확약서를 제출하며 높은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공모 마감일까지 실제 사업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으면서 1차 공모는 ‘무응모’로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초기 사업 부담 ▲토지대금 즉시 납부 조건 ▲이행보증금 및 지연배상금 비율(30%) 등 까다로운 공모 요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LH와 화성시는 전담 TF를 구성하고 업계 동향을 분석해 공모 조건 재정비에 착수, 이달 말 재공고를 예고한 상태다.

이번 2차 공모에서는 공모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토지대금은 18~24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개발지연배상금과 이행보증금 비율은 기존 30%에서 15%로 낮췄다. 컨소시엄 참여 가능 기업 수는 기존 10개사에서 12개사로 확대됐고, 시공사 자격 요건도 도급순위 30위에서 45위까지로 완화됐다.

특히 이번 사업에는 고려대의료원이 공식적인 참여 의향을 시사,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5월 열린 간담회에서 4번째 병원이 될 ‘미래병원’의 입지로 화성 동탄 지역을 유력 후보지로 낙점했으며 관련 공모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공모 절차는 이달 말 재공고를 시작으로 내년 2월 사업신청서 접수 및 3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화성시와 LH는 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 TF를 구성해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향후 의료계 및 민간사업자들과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대학병원 유치는 화성특례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과제”라며 “사업자 선정부터 착공, 준공까지 LH와 긴밀히 협력하고 시(市) 차원의 행정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