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거점병원 지정…의사들 '기대반 우려반'
국립대병원 지원 집중 '회의감' 팽배…"인력난 우선 해결돼야"
2023.07.21 12:16 댓글쓰기

정부가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내놓은 지방 국립대병원 중심 거점병원 육성정책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기대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상대적으로 인천·경기지역 등 수도권 사립대병원이 소외되는 점을 해결하고, 소아청소년과 인력  자체가 마른 상황에서 인력 보강을 위한 근본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서정숙·김미애·이종성·최재형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가 주관한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충남(대전・충남・충북・세종) 충남대병원 ▲호남(광주・전남・전북・제주) 화순전남대병원 ▲경북(대구・경북) 칠곡경북대병원 ▲경남(부산・울산・경남) 양산부산대병원 ▲경기권역(경기・강원) 국립암센터 등 5개의 소아암 거점병원을 선정했다.


거점병원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중심으로 병동 촉탁의 2~3명을 신규 채용하고 소아감염· 소아내분비 등 타 분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협력하는 등 지역별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골자다. 


시기가 맞물린 토론회에는 발제자 외에도 각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혈액종양학과 의사 2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해 정부의 지원책을 반겼지만, 우려의 시각도 피력했다.


특히 5개 국립대병원으로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주대병원 소속 전문의는 “지방뿐만 아니라 인천·경기 권역도 지원해야 한다”며 “의사 혼자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 간호인력이 아닌 의사만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 소속 전문의는 “지방 사립대병원 의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자원이 거점병원으로 집중되면 다른 병원에는 의사가 존재할 의미가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립대병원만 지원한다기보다는 지역 안에서 최대한 소아암 진료를 해결토록 하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사립 구분하지 않고 지원하다 보니 분과가 늘고 센터도 칸막이처럼 늘어나고 있고, 자원이 그야말로 흩어져 있다는 게 복지부의 진단이다.


박향 정책관은 "지역 의료진 간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인적 자원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효율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원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손보고, 중장기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기웅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장은 “겸직 문제 등 대학병원 교수 수준에서 해결하기엔 행정적 걸림돌이 크다”며 “이상적인 계획 실현을 위해 정부가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전문의는 “촉탁의를 고용하고, 수가 보상책 등을 마련한다 해도 일단 지금 소아과 의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해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발상은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수가를 2~3배씩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수도권 집중···소아혈액종양 교수의 눈물 


현재 소아암 진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69명밖에 없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쏠려 있다.


전국 소아혈액종양 교수 69명 중 서울경기에 43명(62.3%)이 있으며, 17개 시도 중 한 명도 없는 지역이 4곳이나 된다. 


인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로 10년 내 절반은 은퇴하게 된다. 


김지윤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명의 전문의에게 업무가 모두 집중되는데다 소송 위험성도 크게 도사리고 있어 기피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세부 분과 인력은 더욱 없다 보니 진료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소아암환자 보호자 A씨는 “아이가 다니는 병원에는 2명의 교수가 있는데 한 분은 곧 퇴임한다”며 “척수항암은 보통 5~10분 안에 끝나는데 인턴들이 진료해 50분씩 소요되고 주사를 6번씩 찌르기도 해 인턴, 아이, 보호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아혈액종양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인력 보강을 주문했다. 임연정 충남대병원 소아혈액종양 교수는 지친 기색으로 말문을 열었다. 


임 교수는 “365일 콜을 받고, 전공의가 없다 보니 환자들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주고 가장 빠르게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입원을 안내한다. 현장은 간호인력, 인턴 모두 부족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위중한 소아환자가 있어 서울 쪽에서 치료받길 권했는데, 막막해하는 보호자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며 "최대한 여기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백희조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혈액종양 분과 진료 특성상 365일 24시간 진료 연속성이 필수기 때문에 최소 진료인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당 근무시간 상한선을 60시간으로 상한하고 신규 전문의 지원 시 적절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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