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 '100% 국가 보상'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국회 통과…政 "젊은의사들 산부인과 기피 완화 기대"
2023.05.30 06:02 댓글쓰기


필수의료 분야 진출 기피 요인으로 지목되던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2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재원을 정부가 100%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인이 분만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했음에도 분만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환자에게 최대 3000만원 한도에서 보상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료진이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을 지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 나오곤 했다. 민법상 과실 책임 원칙을 위반한 법률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안은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장재원의 분담 관련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 70%, 의료기관 30%였던 재원 부담을 국가가 100% 담당하게 됐다. 재원 분담과 같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분만 산부인과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복지부는 올해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 부담 비율을 확대해 국가가 전부 책임지는 방안을 낸 바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률개정안은 지난 2020년 7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에 이어 2022년 5월 23일 같은당 신현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2022년 1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안 심의는 순탄치 않았다. 


올해 2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 기획재정부가 예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 지난 4월 19일 계류중인 법안 재심사 계획이었지만 방송3법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갈등을 빚으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5월 24일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는 그동안 법안 개정에 반대했던 기획재정부가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환경 해결에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입장을 변화하면서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기재부 김완수 연금보건예산과장은 “저출생 문제는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다. 같은 맥락에서 산부인과는 필수의료 분야지만 열악한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복지부 의견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법사위 제2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지난 5월 25일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같은 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법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법률개정안으로 의료분쟁 부담으로 인한 분만 의료기관 감소 및 포기 현상,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가 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무과실 분만사고 정부 책임법’ 국회 통과를 환영했다.


의사회는 “매년 30명의 산모사망과 400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 중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신청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천문학적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분만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지속적인 분만 환경 개선이 불가피하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금액 역시 의료 현실을 반영한 수준으로 조정되고, 분만수가의 현실화가 이뤄져 보다 안정적인 분만 의료환경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오래전부터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제도가 이제라도 갖춰져 다행이다. 국민의 피해 구제를 위해 정부 책무를 강화하는 면에서 타당하다”며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의결되어 필수의료 살리기의 토대가 마련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고,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와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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