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초유의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PA(Physician Asistant) 간호사 양성화를 선언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위법행위로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업무범위까지 제시하면서 일선 병원들의 PA 간호사 활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법당국은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여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부와 사업부의 엇박자 행보로 PA 간호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고, 복지부 방침에 따라 이들에게 업무를 맡긴 병원들도 법적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PA 간호사를 활용키로 하고, 구체적인 업무 범위까지 제시했다.
법적 근거가 없던 PA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명명하고, 업무 기준도 제시해 향후 제도화 길을 터준 셈이다.
정부는 간호사를 △일반간호사 △전담간호사(PA) △전문간호사 등 3가지로 구분해 응급심폐소생, 약물 투입 등 100여 개 행위에 대한 수행 가능 여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혈액 검체 채취·배양 검사는 모든 간호사가 할 수 있지만 응급상황에서 동맥혈 채취, 수술 부위 봉합 등은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만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PA 간호사 제도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사실상 그동안 병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PA 양성화' 기대감을 높였다.
수술보조를 포함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해온 PA는 불법이었지만, 제도화를 통해 합법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의료공백을 막고 의료체계까지 개편하겠다는 게 정부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진료현장에서는 여전히 PA 간호사 관련 처벌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병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최근 대법원은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형사처벌을 확정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PA 간호사의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을 허용했지만, 사법부는 이를 불법으로 판단해 형사처벌하고 해당 의료인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물론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의 최적화 모델로 지목한 전문병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술이 많은 분야의 전문병원들은 원래 전공의가 없는 탓에 PA 간호사 의존도가 높았고, 최근 대학병원 진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병원은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만큼 전문병원 PA 간호사들은 여전히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병원 간호사는 “복지부가 PA 간호사의 합법화를 선언했지만 전문병원 소속 간호사들은 동일한 행위를 하더라도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공산이 크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합법’-사법부는 ‘불법’
보특법-의료법, 처벌 수위 천양지차
사법부의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식 법 적용도 진료현장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PA 간호사의 동일한 진료보조행위에 대해 각기 다른 법령을 적용하는 탓에 억울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불법의료행위와 관련해서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과 ‘의료법’ 등 크게 2가지 법에 처벌 근거를 두고 있다.
보특법의 경우 부정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그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즉 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보특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의료법의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의 경우 벌금 500만원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동일행위에 대해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처벌 경중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보특법이 적용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PA를 활용하는 병원의 의사들은 면허를 잃게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 PA를 활용해 수술행위를 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을 구형한 사례가 있는 반면 단순 보조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보특법을 적용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의료 전문 변호사는 “사안의 경중과 무면허 의료행위 건수, 의사 개입여부 등에 따라 의료법과 보특법 적용 기준을 엄격히 구분하고 사법당국의 내부기준 수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보조행위의 경우 보특법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 구분이 모호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역할 범위의 구체적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