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를 계기로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존재가 공식 인정되면서 향후 진료현장, 특히 수술현장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교도소 담장 걷기’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이뤄지던 업무 상당수가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당사자는 물론 병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특히 PA 간호사를 둘러싼 각종 고소, 고발, 법정다툼이 빈번했고, 법원 판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던 만큼 이번 업무범위 명확화는 의료 패러다임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간호사 자격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를 담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하고 8일부터 각 의료기관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통해 PA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업무 범위는 병원장 등이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업무 범위는 PA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법적 근거가 없던 PA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명명하고, 업무 기준도 제시해 향후 제도화 길을 터준 셈이다.
해당 지침은 간호사를 △일반간호사 △전담간호사(PA) △전문간호사 등 3가지로 구분해 응급심폐소생, 약물 투입 등 100여 개 행위에 대한 수행 가능 여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혈액 검체 채취·배양 검사는 모든 간호사가 할 수 있지만 응급상황에서 동맥혈 채취, 수술 부위 봉합 등은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만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PA 간호사 제도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사실상 그동안 병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PA 양성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술보조를 포함한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해온 PA는 불법이었지만, 제도화를 통해 합법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의료공백 사태를 막고 의료체계까지 개편하겠다는 게 정부의 그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PA 간호사는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이었다. 고된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력이 부족해졌고, 여기서 파생된 결과가 PA간호사였다.
PA 간호사는 외과, 산부인과, 심장혈관흉부외과처럼 전공의가 기피하는 과에 주로 많다. 이들이 수술보조나 봉합, 드레싱 등 전공의가 해야 하는 일을 대신 수행했다.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무려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 PA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PA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당시 상계백병원 원장과 PA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흉부외과학회 주관의 PA 연수교육에 대해 의협이 중단을 촉구하면서 냉기류가 흘렀다.
2018년에는 국정감사에서 강원대학교병원 PA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제기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를 활용한 ‘PA 제도화’를 선언했지만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그 사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 병원 교수진이 무더기로 피소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논란은 계속됐다.
하지만 초유의 진료공백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PA 합법화를 선언하면서 대학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수술현장에서는 향후 이러한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반색하는 모습이다.
한 전문병원 원장은 “PA 업무 범위와 역할이 분명해진 만큼 앞으로 불필요한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