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뇌경색 환자에게 심장초음파 검사를 한 지 40분만에 수술을 실시한 병원에 대해 대법원이 설명의무를 위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담당 의사는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해 설명했다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수술을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을 받은 뒤 뇌경색으로 인지장애를 겪게 된 환자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2018년 6월 7일 A씨는 요통과 근력저하 등을 이유로 B병원 내원 및 입원하며 수술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 추체간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는다는 내용의 수술 동의서를 작성했다.
사흘 뒤 수술 날 B병원 내과의사는 수술 전 평가를 하기 위해 경동맥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한 뒤 이날 오전 10시 30분 A씨 보호자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날 11시 10분 B병원 마취과 의사는 A씨에 대한 마취를 하면서 수술이 시작됐다.
A씨는 수술이 끝나고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회복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의료진은 A씨가 자발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됐다.
뇌(腦) CT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경색 소견이 관찰된 A씨는 전원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좌측 편마비와 함께 인지장애로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A씨 측은 B병원 의료진이 ▲동맥경화 치료를 통해 뇌졸중 위험을 낮추지 않았던 점 ▲수술 당시 A씨 상태를 관찰할 의무를 게을리 한 점 ▲수술 직후 A씨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 뇌경색 치료 골든타임을 놓친 점 등의 주의의무 위반과, ▲합병증 가능성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억437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 이 사건 수술 결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과 관찰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처음 내원한 6월 7일 A씨 보호자 가족에게 수술의 목적, 방법 및 신경손상을 포함한 예상치 못한 합병증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수술 당일인 6월 11일 A씨 보호자에게 A씨가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반드시 수술 위험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사 설명의무에 대해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며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까지 그 의료행위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숙고 및 상의,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때 적절한 시간을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했지는 의료행위 내용과 방법,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해 수술 당일 뇌졸중 위험에 대해 설명한 지 40분 만에 수술이 시작된 바, A씨가 후유증 등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실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 병원 의사들 설명과 이 사건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A씨가 숙고를 거쳐 이 사건 수술을 결정했는지 심리해 설명의무가 이행됐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