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알권리 보장' 소송 패배 후 청와대 국민청원
1만3484명 동의 받고 마감, 환자단체 vs 의료계 입장차 간극 커
2019.08.05 05:3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질병명 고지와 CCTV 설치 등 '환자의 알 권리'를 놓고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과, 의료인의 재량 및 수술권한이 알권리에 우선한다는 양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환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원은 1만3484명이 참여하며 마감됐다.
 

청원인은 “심한 기침증세를 보이던 어머니가 서울 소재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흉부CT를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진단명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입원만 시켰고, 이후 옮긴 병원에서 폐암 3기를 확진 받았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병원 측에 항의하자 “암인 것은 알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라 말하지 않았다. 환자 심리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알리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환자가 자세한 질병명을 알고 치료법을 결정할 권리를 정하는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청원인은 “수술실 CCTV 녹화 허용 등 환자 알권리와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많은 분야에서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며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현행 의료법령에 따르면 환자는 의사·간호사 등으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부작용 등 예상 결과 및 진료비용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환자에게 질병명을 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원인 사연과 같은 경우, 위중한 질환을 환자에게 알렸을 때 심리적 부담감을 키워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환자단체는 환자 알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의료진이 폐암 진단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주는 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다면 보호자에게라도 알려줬어야 했다”며 “환자의 알 권리는 자신의 질병을 정확하게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알 권리’와 관련된 또 다른 논쟁거리는 ‘수술실 CCTV 설치’다.
 

최근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유령수술’ 사건이 발생하자 환자단체는 “환자가 집도의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수술실 CCTV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 그간 의료계에서는 진료위축과 방어수술 조장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다만, CCTV 설치는 시민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결코 유령수술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구조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공존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은 “해외에서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대리수술이 줄어들었다는 사례 등은 보고된 바 없다”며 “CCTV를 설치를 위한 비용 수급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CCTV 설치 입법화에 대한 논의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 환자단체, 시민단체, 의료계의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동안 CCTV 설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다수 올라왔지만 정부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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