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시스템 軍병원 앞에 놓인 과제들
인프라 계획은 ‘훌륭’ 인프라 채울 인력 등 소프트웨어는 ‘글쎄’
2018.04.19 12:30 댓글쓰기

지난해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으로 귀순한 북한 군인은 전(全)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됐다. 북한 군인 뿐만 아니라 아주대학교 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센터장은 ‘이국종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즈음, 일각에서는 군(軍)병원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핵심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군수도병원이 아닌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귀순 병사를 이송한 이유가 무엇인가’였다.

물론 군병원에 외상센터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 근저에는 군병원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깔려 있다.

군병원의 의료사건 및 사고 논란은 종종 있어왔다. 아픈 발목을 두고 멀쩡한 발목을 수술하고, 소독용 에탄올이 들어간 주사를 맞고 왼팔이 마비되기도 하고, 어깨가 탈구된 병사가 전신마취제를 맞고 한 동안 호흡이 정지된 사례도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다.

이에 따라 군병원 대신 민간병원을 찾는 병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현역병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건수는 지난 2013년 103만 건에서 2016년 141만 건으로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집행액 또한 368억 원에서 537억 원으로 50%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는 군병원에서 사용 하고 있는 의료기기 중 수명연한이 경과한 노후 의료기기가 439개에 달하는 것으로 공개됐다. 수명연한을 5년 이상 초과한 기기는 86개, 10년 초과한 기기는 12개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에는 모 방송에서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국군병원 폐지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를 반박 하면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군병원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10년 가까이 지연됐던 외상센터 설립은 오는 2020년 개원을 목표로 준비 중이고, 개원 예정인 2020년에는 의무 후송 전용 헬기 8대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 병원장들을 ‘환자경험주요책임자’로 임명해 구성원의 책임감을 높이고, 외래환자 3546명과 입원환자 2291명을 대상으로 한 환자경험 평가도 시행했다.

특히 올해 4월부터는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이 군병원에 도입되기도 한다.

우여곡절 많았던 DUR···금년 4월 군병원 도입

군 의료체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지목됐던 DUR이 도입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권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원)과 “군 보안 때문에 연계가 불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DUR이란 의약품 처방·조제 시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거나 중복되는 약 등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약물의 오남용을 사전에 점검·예방하는 서비스다. 이런 특징 때문에 DUR 업데이트는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필수다.

지난해 북한 사이버부대의 해킹 도발이 빈번해 지는 등 군 기밀 유출 논란이 가중되면서 DUR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심평원으로부터 DUR 인증을 받은 이후 국방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군 장병 및 군 장병의 가족, 임신 중인 여군 등의 의약품 이용에 대한 정보는 8개월 동안 아무런 변화 없이 운용됐다.

당시 심평원과 국방부 간 논의는 국방부가 ‘의무부대는 군 특성상 외부망과 연결되지 않는 폐쇄망 사용으로 인해 군 처방자료와 심평원 민간 처방자료가 상호 실시간 DUR 조회가 제한됩니다’라는 공문 한 장으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국정 감사 등에서 군병원 DUR과 심평원 DUR간 연계를 주장 했다. 전 의원은 “실시간 연동이 되지 않을 경우 1일 1회 전송방안 이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군의무사령부는 2018년 4월부터 군 DUR과 심평원 DUR의 연동을 적용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군병원은 DUR 정보를 심평원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합의하고, 공인인증서 통합인증 조치, 의약품 처방 정보 암호화, 자료수진 방안 강구 등을 논의했다.

의무사령부는 지난해 12월까지 단방향 전송체계를 구축하고, 심평원은 통합인증서 발송 및 암호화 전송기능을 구축했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는 “심평원과의 특별한 이견 없이 4월 1일 정상시행을 목표로 DUR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지 못한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숙제로

국방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밝혔듯이 군병원 인프라 해결을 위한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또 원격의료, AI 개발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의료인력’ 문제다.

실제로 후방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인 수도병원의 경우 군의관 및 계약직 의사 15명, 간호사 9명, 약사 4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군단지원병원인 일동병원 또한 간호사가 15명이나 부족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군 의료체계는 기본적으로 의료전문인력 및 보조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사단의무대 이하 1차 진료 단계에서 환자 발견 및 치료 지연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인력 문제가 비단 국군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민간병원과 비교가 불가한 국군병원의 의료인력 충원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국방부가 실시한 2019·20 20년도 군의관으로 복무할 중견 요원 선발은 정원을 충원하지 못했다. 국군의무사령부는 1년 수련자 65명, 2년 수련자 19명 등 총 84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선발된 인원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 39명이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군내 전문의료인력의 충원에는 여러 가지 제약요건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 할 때, 군병원과 민간병원의 협력시스템 확대를 통한 장병의 민간병원 이용 확대와 같은 제도적 개선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국방부는 ‘2018~2022 군인복지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병사들의 민간병원 이용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는 전국 17개소 군병원의 군의관 소견과 부대장 승인이 있어야 민간병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사단·연대·대대 의무대 등 소속된 부대 군의관 소견과 부대장 승인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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