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단순 사춘기로 인식하면 안돼'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연정 교수
2017.03.06 12:25 댓글쓰기

수년전부터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을 일컽는 2은 고유명사가 된지 오래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니 중2병과 청소년 우울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의 이상행동을 사춘기로 넘기지말고 부모들의 보다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연정 교수[사진]우리나라에서 사춘기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아우른다. 급격한 자녀의 변화를 사춘기를 겪고 있는 탓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짜증을 부려도 사춘기가 빨리 와서 저런다는 우스갯소리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청소년들이 이시기에 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80%의 청소년들은 격동을 겪지 않고 가족이나 또래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편안하게 그 시기를 지나간다고 말했다.

갑자기 자녀에게 변화가 생겼다면 단순한 사춘기가 아닌 다른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청소년기 우울증과 명확히 구분짓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우울증과 양상이 많이 달라서 가면성 우울증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인기 우울증처럼 우울감, 무기력감, 의욕 저하보다는 반항적인 성향, 심한 변덕, 분노, 집중력 저하, 성적 저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신체 증상, 등교 거부 등 증상으로 나타난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이를 단순히 사춘기 문제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울증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게임 중독, 행실장애와 같은 질환이 추가로 발생해 치료도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우울증 또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부모들의 지속적 관심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 결핍이나 전해질 이상, 윌슨씨 병 같은 선천성 대사이상증 등과 같은 신체적 질환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울증만 앓고있는 경우와 조울증에서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의 치료법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해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자녀의 변화를 중2병으로 치부하기 말고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검진을 받듯이 자연스럽게 정신검진을 받아보라는 뜻이다. 자녀들의 정신과 기록은 남지 않으니, 부모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