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당연지정제 폐지돼야 의료산업 활성화'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 '영리병원 허용해서 외국인환자 전담' 주장
2016.02.14 20:00 댓글쓰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 수 십년 간 묶여있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이 주장은 그동안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한때 박근혜 대통령 보건의료 분야 브레인으로 활동한 바 있는 국내 보건의료학계 거목(巨木)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이규식 원장은 최근 발행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의료산업화와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규식 원장은 우선 역대 정부의 의료산업화 행보를 열거하며 일찌감치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주목했던 사실을 전함과 동시에 번번히 실패한 요인도 짚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산업화가 처음 제기된 것은 김영삼 정부 시기로, 충북 오송에 보건의료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한 것이 첫 발걸음이라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송도 등 경제특구에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는 정책을 수립했지만 실패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구성 등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결정적으로 ‘의료산업화’를 ‘의료민영화’로 낙인 찍어 공개적인 반대가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이후라고 회고했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가 촛불집회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반대했고, 점차 이슈가 확대되면서 의료민영화론으로 왜곡됐다는 분석이다.

 

이규식 원장은 “의료민영화 낙인에 재미를 본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의료선진화나 의료산업화 관련 대책이 나올 때마다 민영화 낙인으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러한 ‘의료민영화’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다보니 민영보험 가입자가 늘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의료민영화로 갈 것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규식 원장은 “이는 합리적 의심에 대한 주장으로, 의료민영화 주장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게 된 원인은 건강보험 급여가 불충분한데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갖고 있는 한 의료산업화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보험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 핵심 대안으로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제안했다.

 

현 당연지정제 상태에서 의료산업화를 진행할 경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수가에 얽매여 제대로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성공적인 의료산업화를 위해서는 당연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하고, 영리병원을 전격 허용해야 한다는게 이규식 원장의 견해다.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보장성을 월등히 높여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되면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영보험료의 4~5배 이상 지불해야 하는 만큼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규식 원장은 “건강보험제도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영리병원이 해외환자를 전담할 경우 높은 이윤과 신기술 개발을 통한 의료산업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규식 원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고문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이끌었지만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을 중단한 것에 항의해 위원장직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