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담뱃갑 인상에 애국자된 흡연자
2001.06.19 02:30 댓글쓰기
건강보험재정위기의 불똥이 느닷없이 흡연자에게 날아갔다.

정부는 최근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갑당 2원인 건강증진기금을 갑당 100원 또는 150원으로 대폭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담배 부과금은 20원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는 담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등의 방법을 통해 담배 부과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어찌보면 이는 흡연자의 건강을 방기한 채 역설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1월 갑당 평균 148원 인상됐던 담배 가격이 또 다시 대폭 인상되는 꼴이다.

이번 정부방침에 대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차라리 전매청을 영구폐쇄하고 금연법을 제정하든지…, 담배로 인해 언제 어떻게 건강이 나빠질지 모르는 흡연자들에게 건강세를 물리다니 정말 황당하다"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역시 "도대체 흡연자들이 국가 재정의 봉인가"라고 반문하며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들한테 그 책임을 맡기려는지 정말 이제는 정치인들이 한심스럽다"고 담배값 인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담배값 인상에 대한 문제는 흡연자들이 금연하면 손쉽게 해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면 100∼200원 인상되는 담배값 때문에 괜히 핏대올리며 정부를 성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흡연자중 집안에 큰 글씨로 써붙여가면서 한두번 금연결심 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작심삼일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금연 약속이 아닌가.

지난번 담배값 인상때도 정부는 흡연자들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담배값은 인상하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웠다.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차라리 담배판매를 금지하거나 금연교실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듯 싶다.

어찌됐던 보험재정을 보충하려는 정부의 기발한 정책(?) 때문에 수 많은 흡연자들이 전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애국자이자 파수꾼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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