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2001.05.21 03:00 댓글쓰기
의료법 개정 지지자들은 당위성으로 "현행법 아래에서 사기죄로 금고 이상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진료권 재진입을 봉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보험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법만 강화한다면 의사들은 생존권뿐 아니라 희대의 사기범으로 매도당하는 등 존립을 위협받게 된다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찬반 쟁점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찬성]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전술했다시피 사기죄가 적용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결격사유자의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면허재교부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현 의료법에 따르면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거나 사문서를 위조해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 해당된다.

결격 사유자는 면허가 취소되지만 취소일로부터 최고 2년이 경과하면 면허를 재발급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법 개정 찬성자들은 솜방망이 처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97년부터 올해 4월까지 허위진단서 발급, 면허대여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결격사유가 적용된 의사는 34명이지만 이들 중 31명은 평균 1년 7개월 뒤 면허를 재교부 받아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순 의원은 "허위청구에 대해 사기혐의가 적용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현행 의료법으로 해당 의사의 먼허를 취소할 수 없다"면서 "의료법을 강화하는 이유는 특히 죄질이 나쁜 일부 의사들을 퇴출시키자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평원이 실사를 거처 사기죄로 고발한 사례는 지난해 7건, 올해 43건에 불과해 대다수 선량한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반대]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이 의료기관 실사 및 심사 강화 추세와 맞물리자 위기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사들은 위기의 진원지가 의료법 자체라기보다는 정상진료를 하고도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왜곡된 보험제도라는 견해다. 즉 걸면 걸릴 수 밖에 없는 '이현령 비현령'의 상황을 개탄하는 것이다.

K신경정신과 원장인 L씨는 개원 뒤 두달간 정상적으로 급여를 청구했더니 공단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고 한다.

공단 직원은 "이렇게 청구하면 3개월후 실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친절하게 실사를 받지 않으면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더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제를 들면 개인 정신치료 지지요법과 심층분석요법은 3일 이상 시차를 두고 청구하지 않으면 진료비를 받지 못한다.

응급 환자가 발생해 매일 면담치료를 하더라도 면담료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면담료를 환자가 전액부담하면 부당허위청구가 된다.

정상진료시 건당 진료비가 11만원 나온다 하더라도 5만원 이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직하게 청구하면 실사 대상자가 된다.

[부작용]따라서 편법이 동원된다.

재진환자의 경우 면담을 한 뒤 지지요법료를 청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건당진료비 5만원을 맞춘 뒤 환자가 몇차례 더 방문한 것으로 꾸며 허위청구한다는 것이 L씨의 증언이다.

L씨는 "진료를 해주고도 돈을 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정상청구를 하면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재활의학과도 최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심평원 심사지침이 강화되면서 이학요법 치료시 주사제를 인정하지 않고, 운동치료는 월 2회만 진료비를 준다.

레이저와 전기 치료 병행시 하나가 삭감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치료를 하고도 진료비 상당액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K재활의학과 원장은 "허위청구의사를 퇴출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의사를 범죄자로 내모는 의료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법만 개정하려는 것은 죽은 듯이 살든지 아니면 해외로 이민 가든지 택일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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