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과 함께 예고된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의 보건복지부 이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백신을 비롯해 각종 질병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 산하로 바뀌면서 ‘국립감염병연구소’라는 명칭으로 확대 개편된다.
질본은 인사·예산권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되는 대신 핵심 연구조직이 이관돼 161명의 인력과 15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에 연구기능을 뺏긴 것 아니냐"는 불만과 함께 감염병 연구기능 공백 우려가 제기됐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청원에는 5일 오후 6시 기준 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 연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현행 개편안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감염병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유전체 연구 등 보건의료 분야 전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현재 기능들이 대폭 확대된다. 국립보건연구원에 기초 보건의료와 관련된 연구들이 포괄돼 있기에 복지부 산하에 두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도 “질병관리청 승격과 함께 산하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 기능도 개편된다”고 밝혔다.
방역을 지원하는 기술지원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관련 지원, 유전체 빅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데, R&D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백신 개발은 기존 질병관리본부의 기능과 구분이 된다는 설명이다.
임 국장은 “질병관리청이 되더라도 제품이나 기술관련 부분들, 특히 현 정부에서 역점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과 관련된 기술적 지원 기능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지속적으로 맡아주는게 좋겠다는 정책적인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방역기능과 연구기능은 별도로 독립적인 존재가치가 있고, 그렇게 발전을 시켜야 전체적인 우리 바이오헬스 산업 기반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당사자인 질병관리본부도 복지부 이관의 필요성에 일부 공감했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에는 감염병 역학과 정책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 신설을 언급했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거론된 정은경 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시키는 이유는 감염병 및 공중보건위기 대응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더 잘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대해선 “보건의료연구개발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곳의 연구기능은 현재 복지부가 갖고 있는 여러 연구 사업들과 통합돼 포괄적으로 진행, 발전돼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다만 그는 “청이 되더라도 질병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역학연구, 모델링, 예측, 역학조사 방법론 개발 등 연구기능이 필요하다. 연구조직과 인력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여 개편에 다소 불만이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