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임수민 기자]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하 만성질환관리제)이 일부 제도적 개선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등 일차의료기관 차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관리제는 당뇨병과 고혈랍 환자에 대한 지속 관찰·관리, 교육·상담 등을 통해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동네의원의 지역주민 생활습관 및 의료이용 안내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업 참여 병의원들에 당뇨병 치료제부터 식이요법, 운동법, 합병증 예방, 당뇨관리 기기 사용법까지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함께 당뇨 자가측정기 무상 대여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앞서 4차에 걸친 공모를 통해 작년 12월31일 기준으로 전국 1747개 의원에서 약 17만여 명의 환자가 등록돼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당초 2020년 1월까지 시범사업이 예정돼 있었으나 시범사업 평가 질(質) 제고를 위해 금년 말까지 진행 후 내년부터 본 사업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 만족도 높아지고 의원 경영에 도움 측면 있어"
해당 사업에 참여 중인 개원가 원장들은 환자와의 상담시간 증가로 당뇨 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환자들과의 관계 형성도 수월해지는 등 내원객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안양 동안효내과 박노춘 원장은 “이전에는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데 그쳤는데 만관제 시행 후 공단에서 제공하는 여러 자료들을 활용해 당뇨병 치료제부터 합병증 예방까지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시범사업 참여 병원들에 당뇨병 치료제부터 식이요법, 운동 방법, 합병증 예방, 당뇨관리 기기 사용법까지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내과의원 곽정근 원장은 “환자들과의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의료진과 긴 시간 대화하고 자신의 병에 대해 자세히 상담하면서 환자들과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고 또 의료진 지시도 잘 이행해 치료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업 참여 원장들은 이처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상급종합병원들과의 차별화는 물론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전 관저성모의원 이경숙 원장은 “병원 근처에 거주하는 고령의 환자분들은 교육을 들으러 오는 것을 즐거워하기도 한다. 또 건보공단에서 사업에 등록하는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혈당측정기 등을 대여해줘 환자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들 덕분에 근처 대학병원에 다니던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기도 한다”며 “실제로 만성질환관리제가 수익적 측면에서 동네의원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곽정근 원장도 “생활습관 개선 등의 교육을 했던 환자들이 합병증 없이 더 오래 살았다는 여러 해외 연구결과들이 있다. 특히 합병증이 없는 초기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는 종합병원보다 개인의원에서 관리받는 편이 예후가 좋을 것”이라며 “실제로 환자 혈당 관리도 이전보다 향상됐다”고 답했다.
추가 본인부담금 및 30분 교육시간 따른 다른 환자 불만 등 개선 필요
하지만 환자 본인부담금과 긴 교육시간 등의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숙 원장은 “환자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노인들이다 보니 첫 등록비용 약 8000원과 이후 교육시 부과되는 1000~2500원의 본인부담금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정근 원장도 "교육 추가부담금에 대한 환자들 불만이 크다. 환자들의 인식 개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원장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 진료시간이 길어지고 의사가 생활 습관을 관리해주는 등 추가 부분이 있지만 환자들은 왜 본인이 다른 환자에 비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며 “약 복용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습관 개선도 치료의 일종이라는 환자들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노춘 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중간점검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중간점검은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점검표를 주고 작성을 요구하는 방식”이라며 “환자 입장에선 중간점검표 몇 장을 작성하고 비용을 추가로 더 내야하니 불만이 있다”고 덧붙였다.
곽 원장은 의사 이외에 생활습관 관리를 교육하거나 이끌어나갈 전문가 부재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의사와 영양사, 운동치료사, 당뇨치료 전문간호사 등이 팀을 이뤄 환자의 만성질환을 관리해 효과가 좋다”며 “우리나라가 당장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의 시스템을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인 인재 양성을 통해 모든 만성질환자가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아 당뇨환자는 대형병원으로 전원
또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은 30분 동안 진행해야 하는 집중교육 시간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피력했다.
박노춘 원장은 "초회교육과 집중교육의 경우 30분 동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시간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만성질환관리제에 등록한 환자에게는 1년에 초회교육 1회(30분), 일반교육 4~8회, 집중교육(30분) 1회가 이뤄진다.
박 원장은 “케어 코디네이터가 있지만 초회교육은 의사만 진행할 수 있다”면서 “30분의 교육시간으로 뒷 순서 환자들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경숙 원장 또한 “30분 동안 집중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뒷 순서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가 여러 명인 의원들은 그나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의사가 한 명인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그래서인지 소아당뇨병의 경우는 아직까지 일차의료기관보다는 종합병원급 이상 큰 병원에서 주로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정근 원장은 “소아 당뇨는 유전적 결함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 종합병원에 지속적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1.5형 당뇨라 불리는 소아당뇨와 성인당뇨 중간형을 보이는 청소년 당뇨 또한 인슐린 치료가 주가 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큰 병원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원장도 "소아당뇨의 경우는 전문적으로 보지 않아 근처 대학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년 1월부터 1형당뇨(소아당뇨) 관리를 위한 혈당측정기 등의 기기들에 급여화가 이뤄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기기의 사용법 등을 담은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3월 중으로 일차의료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당뇨뉴스 2월호에 게재됐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