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전공의를 비롯한 의과대학생 등 의료계 젊은층에서도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3년 전과 같이 파업의 선두에서 이를 주도할 의지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설문조사 결과 등을 고려해 내년 4월까지 증원 규모를 확정지을 전망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등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강경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의사들 역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A씨는 “의대 증원이 늘어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근처 간호대에서 확인했다”며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정원을 늘리고 있지만 임상현장에서 간호사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는 간호사 수급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간호대 정원을 늘려 간호대 입학정원은 2013년 1만7783명에서 2023년 2만3183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병원은 여전히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간호사의 이직 및 사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면허를 갖고 있지만 임상에서 근무하지 않는 유휴간호사 수는 2018년 10만2420명에서 2019년 10만4970명, 2020년 10만6396명으로 매년 2.5%포인트가량 증가해 3년 새 3976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의료진이 기피하는 분야는 저수가와 높은 업무강도 등으로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절대 한 해에 배출되는 인력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실패가 증명된 정책을 왜 또다시 시도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총선 이전 정치적 여론몰이에 의료계가 희생당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역시 정부의 갑작스런 의대 증원 추진에 허탈감을 드러냈다.
의대생 B씨는 “정부가 언급한 천명대의 증원이 이뤄진다면 의과대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대 및 이과대학 입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허무하다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병원장 대다수 "의대증원 찬성하지만 전공의 파업 동참 부담"
이들은 지난 2020년과 같은 젊은의사 총파업 재연 가능성에는 고개를 저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에서 핵심 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 여부가 파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3년 전과 같이 파업을 주도하기보단 대한의사협회 산하협회로 그들의 대응에 따라 파업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A씨는 “전공의들 파업 참여 여부에 대해 의료계와 언론은 관심을 갖고 주목할 것”이라며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전에는 한마음으로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현 정부가 전공의가 총파업으로 대응했음을 알면서도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 속 같은 방식의 투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이 늘어나면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지금의 전공의와 의대생일 것”이라며 “하지만 병원장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공감을 표한 상황 속 전공의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의과대학생 역시 분위기는 지난 2020년과 다르다.
의대생 C씨는 “과거에는 동맹휴학이나 시험거부 등 조직적인 행동이 많았다면 지금은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3년 전 의사들이 단결해 파업을 진행했을 때 위에서부터 투쟁을 철회하면서 마지막까지 전선에 남아 국시를 거부한 의과대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와 협상을 통해 국시 기회를 다시 획득했지만 너무 힘든 시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등 목소리는 낼 수 있겠지만 과거처럼 학생부가 조직적으로 파업을 주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