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논란이 보건복지 이슈를 모두 집어삼킨 가운데 과거 일본에서 진행했던 수급조절 정책이 재차 주목된다.
현재 세계 최고 고령 국가인 일본도 수년 전부터 의사 부족 문제가 대두해 의대 정원 조절 정책을 여럿 펼쳤던 만큼 국내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부산경상대학교 권주영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는 앞선 2020년께 한국융합학회지에 ‘일본 의사인력 확충 정책과 시사점’을 발표한 바 있다.
당해 시기는 의사 증원 및 공공인력 정책에 대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이 심각했던 시기로 현재 의대정원 논란 전초로 평가받던 시기다.
앞서 일본은 1995년도 한시적 의대입학 정원감축을 시행했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의사 부족 문제가 거론되며 ‘의료붕괴’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이에 2010년 지역의사편재에 대해 ‘지역정원’ 선발자 제도를 도입해 2019년까지 단기적으로 의대 증원으로 절대적 의사 수를 확보했다.
현재 단기적 조절을 통해 의사를 확보하고 향후 인원을 축소하겠다는 국내 정책 대응 방향과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
또 의사 편재를 해소하고 지역의료 제공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의사확보계획’을 지속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필수의료 기피와 인기과인 피부과, 성형외과에 쏠림 현상이 대두된 국내 상황과 유사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 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는 2만5300명의 의사가 부족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보사연은 내과 1만757명, 외과계 7688명, 지원계 5916명, 일반의 1112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지역 의사인력 확보방안에서 단기적 대안으로 기존 의사 인력을 지역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지역임상 연수를 활성화해 임상 연수를 받기 위해 대도시로 의사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추가적 장기대안으로 지역정원제도와 자치의과대학을 통해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인력을 양성하는 등 다각도에서 의사인력 해소 방안을 시도했고 현재도 추진 중이다.
결국 일본은 의사 부족 및 의사편재, 특정 진료과 쏠림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노력을 기울였던 셈이다.
이에 연구진은 국내도 의대 증원 및 의료정책 결정에 있어 향후 의료수급(중증 급성기부터 만성기까지의 입원의료, 외래, 개호노인보건시설, 행정기관, 연구기관 등)과 의사편재 대책, 의사 근무 형태 개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지역의료 및 기피과 유인책은?
일본이 시행한 대표적 대책은 ▲지역정원제도 ▲기존 의사인력 유인방안 ▲지역 임상연수 활성화 방안 ▲자치의과대학 제도다.
지역정원제도는 일본 내 각 의과대학에서 별도 정원을 마련해 졸업 후 도도부현이 지정하는 특정지역의료에 일할 학생을 선발해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장학금을 대여·지급(일정한 기간 지역 종사 시 반환 면제) 받는 제도다.
자치의과대학도 폭넓게 활용했다. 일본의 자치의과대학은 1972년 47개 도도부현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래로 매년 100여 정도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사립대학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지역의료 양성은 특정 기관의 설립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지자체, 의협이 하나로 뭉쳐 대응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라는 특수한 의료비 지급 및 재원 조달 방식과 심평원이라는 의료수가 재정 방식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