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의사 쏠림 현상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 ‘지역 정원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정책을 시도한 일본의 결과가 향후 우리나라 정책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의사 쏠림 현상을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거나, 지역 정원 입학 전형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젊은의사 커리어 및 삶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신현영 의원, 조명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의료 현안 연속토론회 제3차 : 공공의료를 위한 조건부 의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하시모토 히데키 도쿄대 의대 보건정책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 쏠림 현상이 심각했던 일본이 그동안 국립의대 설립 및 지역 정원제 실시·의대 정원 조정 등을 실시한 사례를 소개했다.
하시모토 교수에 따르면 47개 도도부현의 의료시설 종사 인구(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는 도쿄·교토·오사카 등의 대도시에는 의사가 많고, 다른 지역은 의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 변함이 없는 상태다.
의무 복무 자치의대 설립·지역 정원제 실시···의사 수 과잉 방지 위해 의대 정원도 감축
일본이 의대 체제를 바꾸며 지역의료 구제를 시도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현 1개 당 의대 1개를 설치하자는 구상이 경제계획을 통해 수립됐다.
특히나 일본은 산간 지역 의사 부족 문제에 집중, 당시 국립의대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했다.
각 도도부현이 공동출자해서 만들었고, 2~3명 입학정원제를 실시해 산간 지역 등 도도부현이 지정한 지역에 복무하면 입학금·수업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후에도 의사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도가 거듭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자 일본 의료비가 급증해 의사 수를 줄이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줄였다.
이후 연수의사(전공의) 과정 의무화, 2004년 전국 매칭 제도가 실시되며 지방 대학병원에서 연수의사가 감소했고, 2008년부터 2020년에는 의대 지역입학 전형제를 잠정 시행해 이를 해결코자 했다.
도쿄의대는 정원 90명이었는데 별도로 10명을 모집하는 식이었다. 이 결과, 각 지방마다 연수의사가 정착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 다시 의사 과잉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만 시행됐다.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 증원만으로는 의사 쏠림 현상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 개선된 것처럼 보인 곳도 지방에 의사가 늘어서가 아니라 지방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하시모토 교수 해석이다.
하시모토 교수는 “자치의대는 지역에서 지역의료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본래 목적인 산간 지역 의사 보내기의 경우, 시대가 바뀌며 도로망이 개선되고 순회의료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정작 의사 수요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석구석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는 있어도 쏠림 현상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치의대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역정원제도 차별이라는 지적과 의무 불이행 등으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젊은 의사들, 지방 갈 의향 있지만 커리어·육아 등 발목 주저
그러면서 하시모토 교수는 "의사들이 지방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토대로 전략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일본 의사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지방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40% 이상이었지만, 근무를 꺼리는 이유도 피력됐다.
20대는 전문의 취득에 필요한 기술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점, 3040대는 자녀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 50대 이상은 수도권에서 쌓은 경험으로 지방에서 적절한 일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시모토 교수는 “더 큰건 성(性) 문제다. 일본 여성 의사 비율은 전국에서 매년 30~40%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들이 3040대가 되면 결혼·출산·육아, 일과의 양립 등에서 갈등을 겪는데 일본은 우수한 여성 의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쏠림 문제는 단순히 수를 늘리거나 지역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대 졸업 전부터 지속적으로 젊은의사 커리어와 여성 의사 취업 참여 지원 등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