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란으로 의료계와 정부와 격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에 직격탄이 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관련법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 도입은 확정된 상태지만 금융당국이 보험금 청구 서류 전송 대행기관 지정 등 민감한 사안을 구체화 하는 모습이다.
최근 의료계의 모든 시선이 의대 증원 사태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뇌관이 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세부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청구 서류 전송방법 및 전송 대행기관 지정 등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해 10월 보험업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최종 확정됐고, 오는 10월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보험업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함으로, 전송 방식과 전송의무 예외사유, 전송 대행기관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시행령에서는 보험계약자 등이 의료기관 명칭 및 진료내역, 보험회사 등을 확인해 의료기관에 보험 청구서류 전자 전송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송되는 청구서류는 정보청리 장치로 처리가 가능하며 안전성 확보 및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의료기관이 청구서류를 전송하지 않아도 되는 사례도 제시됐다.
△전산시스템의 물리적 결함이나 손상으로 사용이 불가한 경우 △해킹 등으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전산시스템 구축 중이거나 보완 중인 경우 △그 밖에 금융위원회가 별도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등이다.
논란이 컸던 전송 대행기관도 지정됐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대로 보험개발원이 대행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앞서 의료계는 보험개발원이 중개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보험업계가 환자의 의료정보를 집적할 수 있어 오히려 보험금 지급거절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도 백내장수술, 도수치료, 하이푸 등 10여개 비급여 항목을 표적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환자정보까지 보유하면 거절 이유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한 개원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관련 자료들이 모이면 이를 역이용해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가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진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가 늘고 있다”며 “보험업계 표적이 된 다른 영역에서도 보험금 지급을 포기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개원의는 “보험금 지금 거절 판단은 보험사들이 환자정보를 갖고 자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의료정보가 보험사에 집적된다면 거절 사례는 2~3배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