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의 7명과 연차별 전공의를 갖춘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실은 현재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진료 여건을 갖추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체 전문의도 35명으로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인력 규모다.
다만 지금의 안정된 진료체계 뒤에는 얇은 후속 인력층이 놓여 있다. 소아응급 전임의는 한 명도 없고 전임교수 한 명뿐이다. 눈앞의 응급실은 돌아가고 있지만, 그 자리를 이어갈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최재영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인력으로 보면 어느 때보다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도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중심 소아응급진료, 전문의 체계 전환”
칠곡경북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소가 본격화하자 코로나19 시기부터 기존 전공의 중심이던 소아응급진료를 전문의 중심 체계로 전환했다.
이후 2022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대구·경북지역 중증 소아환자를 맡고 있다.
전문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병원 자체 재원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경상북도 지원금을 인건비에 더해 근무조건을 끌어올린 뒤에야 현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전문의 시스템으로 가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었다”며 “사람을 뽑으려면 급여를 높이거나 일을 줄여야 했고, 복지부와 대구시·경상북도 지원을 받아 지금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전문의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7명 가운데 전임교수는 최 교수 한 명뿐이다.
나머지 6명은 1년 단위 계약으로 근무하는 진료교수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내년 계약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급여는 진료교수가 최 교수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그는 “전임교수는 교육과 연구, 행정, 공공진료 관련 업무까지 해야 한다”며 “급여는 적고 일은 많으니 이 길을 후배들에게도 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의 시스템 어렵게 구축했지만 지속성 장담하기 힘들어”
당장의 소아응급실 운영과 별개로 후속 인력을 길러내는 구조는 취약하다.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소아응급 세부전문 수련을 받는 전임의는 현재 한 명도 없다. 3년 전에 전임의가 있었을 당시에는 세부전문의 수련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지원자가 끊기면서 갱신하지 못했다.
다만 소아응급실에서 수년간 근무해 온 후배 의사 한 명이 내년 전임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어 병원은 수련기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전공의 사정도 외형만큼 넉넉하지 않다. 현재 1·2·3년차가 각각 한 명씩 있어 수련의 맥은 이어지고 있지만 병원 정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과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20명에 달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소가 최근 의정갈등에서 갑자기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2019년 무렵부터 지원자가 줄면서 전공의에게 의존하던 소아응급실 운영 방식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대구 24시간 소아응급 한 곳, 사람 모이면 선순환”
소아응급 의료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과제다.
대구 지역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6곳 가운데 24시간 365일 소아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곳은 칠곡경북대병원 한 곳이다.
다른 의료기관도 일부 시간대에 소아환자를 받고 있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칠곡경북대병원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낮이라면 동네 소아과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경증환자들이 밤이나 주말에는 갈 곳이 없어 응급실로 온다”며 “이들이 중증환자와 한꺼번에 몰리면 의료진이 정작 중증환자에게 집중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에는 달빛어린이병원 6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늦은 밤까지 진료하는 곳은 많지 않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상당수는 평일 오후 8시 전후, 주말에는 오후 6시께 문을 닫아 야간 경증환자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
최 교수는 “달빛어린이병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달이 뜨기도 전에 문을 닫는 곳이 많다”며 “이 병원들이 문을 닫고 나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갈 곳이 없어 결국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온라인 전문상담 서비스 ‘아이안심톡’이 야간·주말 경증환자의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 소아전문상담 시범사업 초기 3개 참여기관 중 하나로, 최 교수가 당시 운영에 참여했다.
보호자가 온라인으로 아이 상태를 문의하면 소아응급 전문의가 1시간 이내 답변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홍보 부족으로 하루 상담이 한두 건에 그치는 날도 있었지만 현재 사업을 이어가는 기관에서 하루 20~30건 정도 늘었다. 다만 전국 단위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소아응급실 거쳐 입원·수술·중환자실 연결되려면 배후진료 뒷받침돼야”
그는 “집에서 몇 글자만 입력해도 한 시간 내 소아응급전문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시스템”이라며 “조금 더 알려지고 활성화되면 응급실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경증환자를 상당 부분 안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이후 환자를 맡을 배후진료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나마 칠곡경북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5명이 각 세부분과 진료를 담당해 내과계 소아환자를 입원으로 연결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다.
반면 소아외과·소아신경외과 등 일부 외과계 진료는 충분하지 않아 시내 경북대병원이나 다른 지역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응급실은 환자가 잠시 거쳐가는 곳이고 입원이나 수술, 중환자 진료로 연결되려면 배후진료가 돼야 한다”며 “지역 병원과 야간진료기관, 응급의료센터, 배후진료과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소아응급실만 따로 지원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소아응급 분야의 장기 전망 자체를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최 교수는 “앞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여러 세부분과가 작아지거나 통합되는 시기를 겪더라도 소아응급과 소아중환자, 신생아는 끝까지 중요하게 남을 분야”라며 “필수의료 중에서도 필수의료인 만큼 더 키우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력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면 반대로 사람이 더 모이는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비슷한 규모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최근 8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 사례를 들었다.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업무가 나뉘고 근무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의료진이 합류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이 분담되고 업무가 줄어들면서 다시 사람이 들어온다”며 “결국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줘야 한다. 단기간 마중물 지원같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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