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상 고위험군 환자라고 해도 간호사가 1시간 간격으로 상태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일률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진영)는 지난달 18일 망인 A씨 배우자가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금주 후 금단증상과 알코올성 간질환 등으로 B병원에서 진료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러던 2021년 11월 복통과 황달로 B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중증 알코올성 지방간과 만성 간질환 등이 확인돼 간부전 의심으로 입원했다.
B병원은 입원 당시 낙상예방교육을 하고 관련 지침에 서명을 받았다. 의료진은 침상 높이를 최저로 낮추고 사이드레일과 바퀴 고정 상태 등을 확인했다.
입원 당일 오후 9시에는 금단성 섬망 예방을 위해 진정제인 아티반정을 투여했다. 담당 간호사는 약 복용 후 졸릴 수 있으므로 혼자 움직이지 말고 간호사를 부르라고 설명했다.
오후 11시 정기 라운딩 당시 A씨는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화장실 이용 여부를 묻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오전 0시30분께 침상에서 떨어져 경막하출혈을 동반한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다. 감압두개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8일 외상성 뇌출혈과 중증 뇌부종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아티반 투여로 낙상 위험이 증가했음에도 병원이 충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티반 복용했어도 침상 고정까지 필요 없어”
1심은 A씨가 걸어서 병원을 찾았고 낙상 전까지 섬망이나 발작 등 돌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사고 90분 전에도 의식이 명료했던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아티반 복용에 따른 낙상 위험 등이 있더라도 환자를 침상에 고정하는 등의 조치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며 이를 의료진 재량 범위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고 당시 사이드레일이 올라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수면 중 난간을 넘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침상에서 내려와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낙상 고위험군 환자에게 간호사가 1시간 간격으로 순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병원이 약 1시간 30분 동안 A씨 상태를 다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1시간 간격 순회의무가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낙상 위험이 높은 상태라면 환자를 자주 확인할 의무가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당시 A씨 상태에 비춰 재차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환자안전법을 근거로 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안전법에서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을 갖추고 관련 책무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만으로 특정 방식의 낙상예방교육이나 보호자 부재 시 사설 간병인 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이용 안내까지 일률적인 의무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낙상 후 응급처치와 수술이 늦었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의료진은 사고 후 두 차례 뇌 CT를 촬영하고 여러 진료과에 협진을 의뢰한 뒤 보호자 동의를 받아 오전 3시 9분 A씨를 수술실로 옮겼다.
재판부는 검사와 협진, 수술 준비 경과 등을 고려하면 필요한 처치를 하지 않은 채 수술을 부당하게 지연했다고 볼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병원 측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하고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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