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춘천성심병원이 뇌졸중과 뇌동맥류 등 치명적인 뇌혈관질환 진단부터 치료, 예방 전(全) 과정에 걸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 개발에 나섰다.
영상 분석 기반 AI 기술을 통해 환자 뇌 상태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시술 여부 판단과 예후 예측, 재발 방지 전략까지 의료진 판단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병원 측은 이번 AI 시스템이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뇌졸중과 같은 응급질환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지난 27일 '이미지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활용한 뇌졸중 및 뇌동맥류 예방'을 주제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AI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영상 없이 AI로 뇌졸중 진단·예측·치료 모색, 진료 혁신 예고"
발표를 맡은 김철호 신경과 교수는 "저희가 개발하는 것은 영상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라며 "영상 없이 뇌졸중 진단과 치료를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AI 모델 개발을 넘어, 실제 임상에서 환자 안전과 예후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교수는 "의료진은 환자의 재발이나 악화를 막기 위해 추가 시술이 필요한지, 입원기간 동안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영상 검사를 통해 판단한다"며 "AI가 영상을 분석해 앞으로 뇌졸중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CT·MRI·혈관조영검사 등 영상 기반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응급실에서 촬영한 MRI만으로도 3개월 뒤 환자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임상정보만으로 예후를 판단했지만 AI에 MRI 영상을 학습시킨 결과 예후 예측 정확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맥류 파열 위험 예측 AI 개발 상황도 공개됐다. 그는 "기존에는 동맥류가 어디에 생겼는지, 부풀어오른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만으로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모양 같은 형태학적 특성으로도 파열 위험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3D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시(mesh) 모델'이라 불리는 입체 구조 모델을 만들어 동맥류의 모양을 정밀하게 재현하고, 이를 딥러닝 예측 모델과 결합해 몇 년 뒤 파열 가능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환자 위한 AI 기반 뇌졸중 치료체계 구축 목표
이날 간담회에서는 AI 적용의 한계와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기온 변화나 흡연 여부 등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 변수는 현재 AI 예측의 한계라고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환자 데이터가 학습되면 형태학적 정보만으로도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응급상황 등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즉시 판독하기 어려운 때, AI의 보조 기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의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판별 알고리즘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왜 그렇게 진단했는지를 언어로 설명하려면 LLM(대형언어모델)과 결합해야 한다"며 "최근 의료 AI 분야에서도 판별 모델과 LLM을 통합해 진단 이유를 설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원동옥 한림의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AI 확장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AI를 특정 질환에 특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뇌졸중의 경우 충분한 데이터와 잘 짜여진 모델 덕분에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었다"며 "이런 경험을 다른 질환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이 개발 중인 AI 기술은 이미 일부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춘천성심병원은 지역 비전문병원과 협진, AI 판독 결과를 기반으로 뇌출혈 환자 8명 이상을 수술한 후 퇴원시킨 사례도 있다.
김 교수는 "AI 모델을 만드는 것은 결국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영상 AI 기술이 강원도처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종희 연구부원장(신경과)은 “춘천성심병원은 신경계 질환을 특화 분야로 삼고, AI·빅데이터와 융합해 연구와 진료를 혁신할 계획"이라며 “강원도 유일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지역 바이오헬스 산업과 협업해 바이오 생태계와 의료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