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진단서 개정내용 담은 의료법과 병원 현실
2017.03.01 19:13 댓글쓰기
[수첩]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작성 논란을 계기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가 시끄럽다. "의료현장을 무시한 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최근 발의한 '의료인의 진단서 작성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에서는 환자를 직접 진단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나 검안서를 작성해서 환자나 그 가족에게 발송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환자를 검안하거나 진찰한 의사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누가 진단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진단서 작성 후 기재나 수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에 개정안은 2인 이상의 의사가 진찰이나 검안에 참여한 경우 최상위 책임자가 진단서를 작성토록 하고 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의사가 아니면 추가 기재나 수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작성으로 논란이 됐던 주치의 진단서 작성권한을 법적으로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2인 이상의 의사가 환자 진찰이나 검안에 참여한 경우 최상위 책임자가 진단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 조항에 나온 최상위 책임자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탓이다. 해석에 따라 담당교수, 진료부원장, 병원장 등 포괄적 해석 및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밤이나 새벽에 사망할 경우 당직을 서는 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이 법이 통과되면 담당교수가 사망진단서 작성을 위해 새벽에도 병원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는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진찰한 환자일 경우 최상위 책임자는 제일 직급이 높은 사람이냐앞으로 최상위 책임자를 명시하는 기재란이 생겨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상위 책임자가 꼭 담당교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사망을 확인한 의사 중 최고 상급자라는 것은 교수가 부재 중이면 사망을 확인한 상급 전공의가 쓰면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결국 법 조항의 모호함이 문제다.
 
최상위 책임자가 교수일 경우 앞의 우려처럼 퇴근을 한 담당교수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가 예상되며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교수가 부재 중일 경우 전공의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해도 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번 법안은 진단서 작성 권한과 수정 책임을 법에 명시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 법안심사 과정을 취재하다 보면 일일이 법에 다 규정할 수는 없다는 의원들 고충을 참 많이 듣는다. 그래서 법안에는 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리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단서를 많이 넣는다. 향후 추가입법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법안은 그 반대다. 포괄적인 의미보다 분명함을 가져야 하는 경우다.
 
진찰이나 검안에 참여한 경우최상위 책임자라는 범위는 아무래도 모호하다. 해당 법안에 대한 심의 전까지 이런 모호함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법안을 검토하는 전문위원실은 물론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망진단서 작성 권한과 책임을 법에 명시한다는 좋은 취지는 사라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는 오명만 남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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