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전문성도 없던 맥빠진 첫 국정감사
20대 국회 복지위, 여당 보이콧 불참·야당 녹음기 질의···내공 쌓인 장관
2016.09.27 05:45 댓글쓰기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국정감사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부실 국감 우려를 자아냈다. 단골 메뉴인 호통과 고성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날선 지적과 질타도 없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을 대신해 국정 운영의 시비를 점검해야 하는 성스러운 자리보다 당론을 앞세운 행보에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중복 질문과 울궈먹기식 질의를 거듭하며 전문성 및 준비성 부족을 드러냈다. 국회 입성 후 첫 국감이라는 점과 초선의원 비중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보다 당론 우선인 의원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로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첫 피감기관인 보건복지부 국감이 시작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김상훈, 강석진, 김명연, 김순례, 김승희, 박인숙, 성일종, 송석준, 윤종필 의원 9명은 국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야 간사들이 협의를 진행했지만 오전 중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석이 어렵다고 판단해 국감을 속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비난하며 여당 의원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고, 여당 의원 9명을 제외한 13명의 야당 의원들만 국정감사 중지와 속개를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과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등의 설득으로 오후에야 새누리당 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만이 국감에 참석했다.

 

김상훈 의원은 국회 상황이 녹록치 않아 여당에서 불참하게 된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도 여당 불참에 대해서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말하긴 어렵다고 말해 야당의 비난에 응수했다.

 

그는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자격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표해 참석한 만큼 정부를 향한 묻지마 질책을 경계했다.

 

김상훈 의원은 복지부 국감이 질책보다는 제도 개선이라든지 시정요구 등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는 알찬 국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묵은 현안중복된 질의 등 고루한 국정감사

 

여당 불참으로 야당의 공세 일변도가 될 것이란 우려는 무색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길게는 몇 년 전 국감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다시금 되짚는 수준에 머물렀다.

 

저출산 문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원격의료와 민영화 등에 야당 의원들이 질의가 집중됐다. 방향 제시 없이 문제 지적만 이어가 당론이라고 포장하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일부 의원의 경우 문제제기에 질의시간 전부를 할애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피감기관의 장인 복지부 장관은 공감을 의미하는 끄덕임만 필요할 뿐이었다.

 

이 의원들은 흡사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의 모습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에 열변을 토하느라 주어진 시간 동안 질의는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아이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23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초선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준비 부족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수준이었다.

 

날선 비판과 논리정연한 질의로 국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국감 스타의원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놓고 복지부 장관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이미 지난해 19대 국회의원들로부터 예방주사를 맞은 장관은 동요하지 않았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경우 저출산과 원격의료 등 다소 식상한 주제를 다뤘고, 복지부 장관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응대했다.

 

보건복지부, 아군 없이 치른 국감서 선전

 

피감기관인 보건복지부는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치렀던 국감인 만큼 피감기관에 불리함이 예상됐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집권 여당의 피감기관 비호(庇護)는 통상적인 국감 풍경이었지만 복지부는 이날 아군인 여당 의원들 없이 국감을 치러야 했다.

 

때문에 야당의 공세에 곤혹스러운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감사가 시작됐지만 의원들의 무딘 질의가 이어지며 예상과 달리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국감 2년 차인 정진엽 장관의 한결 견고해진 내공이 돋보였다.

 

지난해 취임 14일만의 국정감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정 장관은 업무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던 만큼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국회의원들은 신임 장관의 부족한 업무파악을 지적하며 몰아세웠고 정 장관은 말을 머뭇거리거나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적잖게 연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취임 2년 차 장관답게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의원들의 공세에 대처했다.

 

인정할 것은 깨끗이 인정하고, 부정할 것은 강단있게 부정했다. 확신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답변을 미루는 여유도 발휘했다.

 

물론 원격의료와 관련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발언이 있기는 했지만 즉각 해명하는 등 지난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같은 말실수는 없었다.


박대진·정승원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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