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도 망설이는 '에어 블랭킷', 비용 보전 시급'
외과감염학회 '수술환자 체온유지 부담' 지적...의료진 고민 가중
2016.08.18 06:36 댓글쓰기

싸늘한 수술실 공기. 마취상태로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환자들의 저체온증 발생 위험은 늘 의료진에게 부담이다. 체온 변화는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러한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임상 현장에 등장했지만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대중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들 마저 외면하는 탓에 환자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명 ‘일회용 에어 블랭킷 공기 가온법'은  환자 몸을 감싼 ‘공기 담요’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따뜻하게 데워진 바람을 주입해 체온을 유지시키는 장비다.

이 장비는 몸 전체로 열이 골고루 퍼져 체온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다른 형태의 자동열교환기보다 보온 효과가 높아 국내외적으로 수술환자 체온관리에 권장되고 있다.   


대한외과감염학회에 따르면 에어 블랭킷을 이용한 '강제 공기 가온(加溫)법(Forced-Air Warming)'은 수술 중 환자의 정상체온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지만 국내에서 활용하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국립 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수술 중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 에어 블랭킷과 강제가온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임상학적 효과, 비용 효율적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술시간이 30분 이상이거나, 수술 전·후 의도치 않은 저체온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은 30분 이내 수술이더라도 마취시작 때부터 강제 공기 가온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평가 시 수술 중·후 정상체온을 유지한 환자 비율을 평가 지표로 삼고, 강제 공기가온장치를 적극적인 보온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수술 후 1시간 이내에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CATS(Clippers, Antibiotics, Temperature, Sugar)’ 항목을 실천해 수술감염관리 효과를 높일 것을 권장한다.


이에 대다수 국내 의료기관은 감염관리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공기 가온 장비를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체온유지 효과를 높이는 핵심 부품인 에어 블랭킷 사용은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어 블랭킷이 별도 수가로 산정돼 있지 않아 전적으로 의료기관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게 원인이다.


허호 대한외과감염학회 총무이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는 “에어 블랭킷은 개당 3~5만원으로 비싸지만 체온조절 비용이 입원료에 포함돼 있어 병원이 비용을 전적으로 감내해야 한다”며 “에어 블랭킷을 마음껏 쓰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일회용인 에어 블랭킷 1개 가격이 입원료의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병원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선 의사들은 체온유지가 중요한 소아 환자나 2시간 이상 장기수술, 심장수술 등을 할 때도 환자 안전과 병원 손실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에어 블랭킷을 재활용해 교차 감염 위험성을 높이거나, 직접 환자 몸에 뜨거운 공기를 분사해 화상을 입히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술환자 체온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재료에 대한 수가 산정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보니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연준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감염관리가 의료기관의 책무라면, 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며 “일회용 블랭킷을 별도 수가로 산정해 환자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어 블랭킷 비용 보전은 수술감염관리 효과를 가장 빠르고 쉽게 향상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의료기관이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수술감염으로 인한 의료비와 입원일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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