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중환자실 평가와 과제
박근빈 기자
2016.05.26 17:11 댓글쓰기

[수첩]곪아있던 상처가 터졌다. 이제는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아니 적어도 재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열한 관리가 필요하다.


중환자실에 대한 진단이다. 최근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 결과는 중환자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민낯이 온 국민들에게 드러난 만큼 이제 개선의 숙제가 남겨졌다.


애초 중환자실 평가 계획에 전문가들은 ‘무리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병원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래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발전을 위한 현실 직시’라는 가치였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적정성 평가는 중환자의학회와의 지속적인 조율을 거쳐 지표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최종 결정의 시간은 몇 달 미뤄졌다. 263곳의 의료기관 중 몇 곳을 1등급으로 두느냐하는 고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조사대상 263곳 중 11곳만 1등급으로 진행하자는 ‘타협 없는 현실 직시’로 정해졌다. “숨겨봐야 언젠가는 공개돼야 할 부분이었고 하루라도 빨리 알려야 개선도 빨라질 것”이라는 게 심평원의 결론이었다.


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 역시 “솔직히 현 상황을 보여준 심평원에 오히려 고맙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중환자실을 지원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흡한 수가체계로 인한 적자 ▲서울과 경기도에 65%가 쏠려있는 구조 ▲전담의 및 간호인력 배치 규정 미비 등 전반적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환자실의 원가 보상이다. 실제 중환자의 보장성은 80%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 중환자실 수가는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환자실 운영은 곧 적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낮은 수준의 중환자실 보험급여를 대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해 중환자실 수가가 인상이 되기 했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등 여전히 미흡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 같은 내용은 2017년 수가협상 과정에서 대한병원협회가 주장하는 핵심이 됐다.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현 상태에서 핵심 전략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적정성 평가에서 수가협상으로, 쟁점이 넘어간 모양새가 그리 개운치는 않다. 그래도 현실이 그러하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지원 필요성이 명확해 보인다.


의료기관 역시 ‘탓’을 제도에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모두가 열악했지만 희생을 감수하면서 의료진을 늘려 환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11곳의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면한 과제는 자체적으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중환자실은 생과 사의 경계선에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그만큼 예민하고 치열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료강국’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은 떨어질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희생을 각오한 다각적인 고민과 해결과제를 마련해야 할 때다. 이미 국민들은 병원의 이름값과 중환자실 실태가 비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