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주사보다 무서운 사회적 편견
김태환 기자
2016.05.10 06:49 댓글쓰기

[수첩]인슐린 주사의 디바이스가 발전한 덕분에 환자들은 길고 두꺼운 바늘 주사 대신 펜(Pen)형 주사기를 손에 쥐게 됐다. 매번 겪게 되는 순간의 고통은 각자 달라도 딸깍 소리 한 번에 당뇨 환자들의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 셈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에서든 제 때 주사를 놓을 수 있는 기술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짙다. 주사를 맞는 고통과 날카로운 바늘에 대한 공포감보다 타인의 시선이 먼저 두려운 까닭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정해진 시간이면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내 맘 같지 않은 현실을 겪고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 눈치를 봐야하고,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견디기 어렵다. 결국 내몰리는 곳은 화장실 단칸이다. 불쾌하기 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당뇨병으로 약물치료 중인 소아 환자는 2006년 4076명에서 2015년 5338명으로 31% 증가했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전체 환자 수로 따져봐도 55.3% 증가한 수준이다.


소아의 경우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제1형 당뇨가 대부분이다. 성인 당뇨로 불리는 제2형 당뇨와는 차이가 있다. 췌장에서 자연적인 인슐린 분비가 저조하기 때문에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사용한 주사제가 기본으로 쓰인다.  

무엇보다 소아 당뇨 환아들은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교사의 부정적인 시선을 먼저 겪게 된다. 아이들은 혈당 조절과 인슐린 분비량 때문이라도 제 때에 맞아야 하지만 어린 마음에 주사보다 눈치로 인한 멍이 든다.


때문에 당뇨 환자를 위한 인식 개선은 절실하다. 환자들은 그 곳이 어디일지라도 제 때 주사를 맞아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당뇨 환자들이 상의를 살짝 걷어 올려 스스럼없이 인슐린 주사를 놓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 않은 풍경이 된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당뇨병과 인슐린에 대한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는 “우리나라도 왜곡된 편견을 버리고 인슐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라며 “인슐린을 거부하는 환자들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정적인 타인의 시선보다 치료가 우선이다. 당장 변화가 어렵더라도 단계적 인식 개선은 필수적이다. 환자단체는 스스로 인식 개선에 적극 동참하고, 정부는 자가 주사실 마련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1월에는 어린이집에서 보호자 동의 하에 간호사가 혈당 관리와 인슐린 주사 투여를 돕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영유아보육법이 공포됐다. 7월부터 시행 예정으로 소아 당뇨환아의 건강관리 및 안전관리 질이 개선될 예정이다. 

따라서 인슐린 주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함께 깨고 줄여야 한다. 편견에서 자유로운 생명의 가치를 아픈 아이들에게 되찾아 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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