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새내기 의사들은 왜 모교병원 외면할까
애교심 등 호소 한계…열악한 환경·미래 불투명 공개되면서 악순환 반복
2016.01.24 20:00 댓글쓰기

[분석] 새내기 의사들이 지방 소재 수련병원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 병원의 수련체계가 서울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결국 이런 악순환이 누적되면서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 수련기관의 2016년도 인턴모집 마감 결과, 빅5병원을 비롯한 서울 소재 병원들은 모집정원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등 충원에 성공했지만 지방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지역권 수련병원에서는 ‘미달’이 속출했다.

 

수도권과 지방 수련병원 간 양극화 현상은 전공의 모집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역 의과대학의 '지역고교생 선발 전형', 보건복지부 '전공의 정원 축소' 등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자교 출신들을 붙잡기 위해 설명회를 열거나 사전 선발까지 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원을 충족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라권 소재 A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지역권 수련병원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는 것 같다"며 "지역고교생 출신 의대생들도 국시 성적이 좋으면 일단 서울 큰병원을 먼저 고려한다. 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이걸 문제 삼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인턴 지원자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스승이나 모교 병원, 출신지역 등 ‘뿌리’와 ‘의리’에 기대 수련을 결정짓는 시대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경상권 소재 B의과대학생 박 모씨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좀 더 나은 체계 속에서 수련받고 싶다. 병원들의 처우와 사정을 따져봐도 서울대형병원으로 가는 게 내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제는 전공의들 급여수준과 수련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련병원을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평가하고 점수매길 수 있는 상황까지 됐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인턴, 레지던트들을 대상으로 각 병원별 주당 근무시간, 당직일 수, 오프 및 휴가일, 실수령액, 만족도 등의 수련환경을 조사해 전국 수련병원 정보제공 사이트에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빅5병원’에 수련받은 사실, 즉 간판이 개원을 하든 아니면 다른 병원에서 봉직을 하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계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경상권 소재 수련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 총정원을 줄인다고 해서 전공의들이 지역으로 오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에서는 전공의가 부족하니, 전공의, 교수들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진다. 거기다 지방국립대병원은 급여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니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병원 안에서는 게속 로딩이 발생하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젊은의사 부족은 궁극적으로 지역 의료 질(質) 저하로 직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권 전공의 수 부족은 곧 '의사 인력난'을 의미하며 이는 ‘의료의 질’로 이어진다. 
 
지난 2014년, 일부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인력난에 따른 과도한 업무에 항의해 출근하지 않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일도 있었다. 인턴 수 부족으로 두배 가까이 업무가 늘다보니, 결국 업무 부담에 대한 불만이 터져 집단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 한명이 감당해야 할 환자에 대한 진료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는 환자의 진료, 수술 날짜 등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의사들의 근무 환경과 환자들의 의료 환경, 의사들의 서울 대형병원 선호 현상과 환자들의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수련병원들의 수련환경 및 체계를 개선하는 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의료의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 시기가 초년병 때다. 인턴들은 감독자 눈이 최대한 많이 가야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구조나 커리큘럼 없이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수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지역에 필요한 의료인력과 전공의 숫자가 있다고 한다면 제대로 키워서 내보는 게 병원, 기관의 업무이고, 정부와 사회는 최대한 지원해줘 국민이 훌륭한 의사에게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정부가 수가나 보험제도에만 메달릴 것이 아니라 진짜 좋은 전공의가 배출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줘야한다”며 “이는 단지 의사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즉 국민, 의료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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